[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1300분의 마법이다.
KBS2 월화극 '구르미 그린 달빛'이 18일 종영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8월 22일 첫 방송된 이후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 8.3%(닐스코리아, 전국기준)로 시작했던 작품은 방송 3회 만에 시청률이 2배 가깝게 뛰어올랐고, 방송 7회에서는 시청률 20% 대를 돌파하기까지 했다. 이후 올림픽 중계와 프로야구 경기 중계 등의 여파로 시청률이 소폭 변동되긴 했지만 꾸준히 월화극 1위 자리를 지켜냈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22.9%. 18회 평균 시청률은 18.29%다. 최근 지상파 드라마 시장 시청자 파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성적이다.
이러한 인기의 중심에는 박보검이 있었다. 박보검이 아니었다면 '구르미 그린 달빛'이 현재 인기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선 이영 캐릭터가 좋았다. 국사를 논할 때는 당차고 카리스마 있는 왕재의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연인 홍라온(김유정) 앞에 서면 한없이 달달한 멜로남으로 돌변했다. 풀어질 땐 '똥궁전'이지만, 숙의 박씨(전미선), 명은공주(정혜성), 김병연(곽동연) 등 '내 사람'에게는 배려심 넘치고 자상한 왕세자였다. 이렇게 다채로운 캐릭터를 박보검은 매끄럽게 소화해냈고 시청자들도 빠져들게 됐다.
특히 박보검이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호감도는 캐릭터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졌다. 박보검은 일명 '미담 제조기'로 불린다. 파도 파도 단점이라고는 나오지 않는다. 온통 "예의가 바르고 인성이 훌륭하다"는 의견 뿐이다. 유일한 단점이라고는 "술도 담배도 하지 않고 너무 예의가 바르고 행동이 올곧아 재미가 없다"는 정도다. 이렇게 반듯한 박보검의 인간성은 그대로 이영 캐릭터에 투영됐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이영이 일명 '똥궁전' 짓을 할 때에도 그 기본은 반듯하고 정의로운 캐릭터일 것이라 생각하고 순수하게 이영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렇게 인간적인 호감도로 드라마와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까지 높인 박보검의 영향력을 두고 '보검 매직'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박보검의 연기도 물론 좋았다. 드라마 사극은 처음이었음에도 매끄러운 대사 처리 능력과 풍부한 감성 표현 능력을 보여주며 몰입도를 높였다. 그의 연기에 힘입어 '구르미 그린 달빛'은 매회 역대급 엔딩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제작진은 처음부터 엔딩점을 정해놓고 임팩트 있는 엔딩을 만들기 위해 달렸다. 박보검은 "라온아", "병연이냐", "병연아" 라는 짧은 대사 한마디에 슬픔 좌절 분노 회한 기쁨 설렘 등 다채로운 감정을 한꺼번에 쏟아붓는 연기력으로 제작진의 의도를 100% 충족시켜줬다.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는 엔딩을 회마다 만들어낸 덕분에 박보검에게는 '엔딩 요정'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렇게 박보검은 1300분(18부작+스페셜 방송+특별판 1,2부)에 걸쳐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박보검은 "벌써 마지막이라니 아쉬움이 크다. 이영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그의 여러 감정들에 깊게 공감하고 이해하려 노력했던 시간들이었다. 부족한 저를 이끌어주셨던 감독님 작가님, 평소 우러러보던 대선배님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했다. 선후배 연기자분들과 관계자분들, 그리고 '구르미 그린 달빛' 많이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신 시청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첫 촬영부터 마지막까지의 시간들이 제게는 큰 산을 넘은 듯한 기분이다. 잊지못할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종영소감을 밝혔다.
'구르미 그린 달빛' 후속으로는 '우리집에 사는 남자'가 방송된다. '우리집에 사는 남자'는 유현숙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삼은 작품으로 '공주의 남자', '조선총잡이' 등을 연출한 김정민PD와 김은정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수애 김영광 조보아 김지훈 등이 출연하며 24일 오후 10시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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