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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수, 감독 취임식 자리서 주장 연임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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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수가 바뀌어주길 바란다."

kt 위즈의 2017 시즌 주장은 박경수다. 올시즌에 이어 2년 연속 주장직을 맡게 됐다. 그런데 주장직 연임 확정까지의 사연이 재밌다.

김진욱 신임 감독의 취임식이 열린 18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 대부분 감독 취임식에는 선수단을 대표해 주장이 참석, 축하를 건네는 게 관례다. kt도 주장 박경수가 자리에 참석해 김 감독에게 꽃다발을 선물했다.

취재진의 질문이 어느정도 끝나자, 김 감독이 갑자기 "내가 질문을 하나 해도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 질문의 타깃은 박경수. 김 감독은 박경수에게 "주장인데 나에게 질문하고 싶은 것 없느냐"라고 말했다.

머뭇거리던 박경수는 마이크를 잡고 먼저 "진심으로 축하드라고 환영한다는 말씀 드립니다"라고 얘기했다. 이어 본론이 나왔다. 박경수는 "올 한 해 주장을 맡아 잘해본다고 노력했는데,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내년에 과연 내가 또 주장을 할 수 있을까 최근 걱정을 했다. 그래서 내년에도 주장을 맡겨주실 것인지 꼭 여쭤보고 싶었다. 성적 좋은 팀의 주장이 되보고 싶다는 꿈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감독이 껄껄 웃었다. 김 감독은 먼저 "주장 시킬지, 안시킬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말씀드리겠다. 일단 박경수 선수는 우리 팀에서 가장 많이 뛰어야 하는 선수다. 내년에는 출전 경기수가 더 늘었으면 한다"고 말하면서 박경수의 애간장을 태우게 했다. 그러더니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박경수가 신생팀에 어울리는 주장이라는 생각을 안했다"라는 폭탄 발언까지 했다. 그러나 이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그런데 본인이 자신있으면 내가 부탁을 드리겠다"고 말하며 주장 연임을 공식화 했다. 박경수는 이에 "자신있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화답했다.

김 감독은 왜 그런 얘기를 꺼냈던 것일까. 김 감독은 "해설을 하며 보니 올해 LG 트윈스가 잘나가는 이유가 있더라. 바로 주장 류제국이었다. 류제국이 팀 분위기를 많이 바꿔놓았다. 젊은 선수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줬다"고 말하며 "우리 kt도 마찬가지다. 박경수가 부족한 주장이라는 뜻이 아니다. 스타일의 차이다. 우리도 덕아웃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들 리더가 필요하다. 경수가 그렇게 바뀌어줬으면 한다. 만약, 경수가 바뀌지 않는다면 코치들 중에서 그 역할을 할 사람을 찾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