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었는데, 이 것이 신의 한 수가 되는 경우들이 있다. 가을야구 무서운 바람을 탄 LG 트윈스가 그렇다. LG가 한국시리즈까지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이유, 바로 신의 한 수가 된 플래툰 시스템이다.
LG는 준플레이오프에서 까다로운 상대 넥센 히어로즈를 물리치고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됐다. 2년 전 플레이오프에서 NC를 상대로 3승1패 승리를 거둔 좋은 기억이 있어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꿈을 키울 수 있게 됐다.
단순히, 2년 전 승리만으로 LG의 상승세 유지를 점칠 수 있는 게 아니다. 단기전은 체력 싸움이라고도 하는데, LG에는 현재 이 문제가 크게 대두되지 않기에 희망이 있다.
포스트시즌 경기 1경기는 정규시즌 2~3경기를 한꺼번에 뛴 체력 소모가 있다고 한다. 계속 초집중 상태로 서있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 하지만 LG는 많은 선수들이 경기에 돌아가며 출전하는 게 오히려 약이 되고 있다. 외야의 경우 좌-우 선발에 따라 문선재-이천웅이 번갈아 가면서 나선다. 리드오프 김용의도 KIA 타이거즈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상대 선발 양현종을 맞이해 쉬었다. 가장 중요한 포수는 정상호와 유강남이 사이좋게 절반 정도씩을 나눠 뛰고 있다. 경험이 부족한 1루수 양석환도 베테랑 선배 정성훈이 받쳐준다. 내야에 손주인, 오지환, 루이스 히메네스, 그리고 외야 채은성 정도가 풀타임으로 고생을 하고 있는데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의 시리즈 승리 확정으로 3일이라는 꿀맛같은 휴식을 취하게 됐다.
불펜도 마찬가지다. 믿고 내보낼 수 있는 필승조가 너무 많아 오히려 누굴 먼저 내보내야 할 지 고민이다. 마무리 임정우를 시작으로 김지용, 정찬헌, 진해수, 윤지웅, 이동현, 봉중근 등 나가는 선수들마다 제 몫을 해주고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 투수진에 무리가 갔다는 평가는 할 수 없다. 모든 투수들이 적당히 던질만큼 던졌다.
LG는 올해 정규시즌 리빌딩을 천명하며 젊고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아직은 더 성장할 부분이 많은 선수들이기에 양 감독은 플래툰 시스템 속에 팀을 꾸려왔다.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고, 또 그 속에서 경쟁 의식을 갖으라는 메시지였다. 사실, 확실한 주전들이 있는 팀이 이상적이지만 LG의 팀 사정상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이게 LG에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선수들이 서로 잘하려고,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어가려고 기를 쓰고 준비했다. 계속해서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더라도, 그 기회를 살리기 위해 집중력을 발휘했다. 경기에 띄엄띄엄 나가면 감각 유지에 힘들다고 불평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인 가운데, LG 선수들은 어려운 상황 속 맡은 바 역할을 비교적 잘 수행해내고 있는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