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 뚝, 뚝'
뜨거운 눈물이 두 뺨 위로 흘러내렸다. 참으려 하면 할수록 눈물은 걷잡을 수 없이 쏟아졌다. "정영식 울지마!" 주변의 외침은 허공의 메아리일 뿐이었다.
'새로운 에이스' 정영식(24)에게 브라질 리우는 악몽이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2016년 리우올림픽. 단 하나의 메달도 거머쥐지 못했다. 최후의 보루마저 메달획득에 실패하면서 결국 한국은 탁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88년 서울 대회 이후 처음으로 올림픽 노메달에 그쳤다. 정영식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더 이상 패배의 눈물은 흘리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반복하지 않아야 비로소 실패의 의미가 생긴다. 대회 직후, 정영식은 분명한 목표를 세웠다. 4년 뒤 도쿄올림픽에서는 '진짜 에이스'가 되겠다는 다짐이었다. 한국탁구의 미래를 짊어진 정영식은 리우올림픽 직후 "2020년 도쿄올림픽 때는 다른 선수들이 내게 의지할 수 있도록 '믿음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실천 방안도 구체적으로 세웠다. 경기 경험을 위해 '해외리그 진출'을 결심했다.
다짐은 단단했고 실천은 빨랐다. 그는 바로 중국으로 넘어갔다. 10월부터 12월까지 상하이 소속으로 뛰게 됐다. 상하이는 중국의 탁구 영웅 왕리친 감독이 이끄는 팀. 현 중국 국가대표에 세계랭킹 3위 쉬신이 속해있다.
데뷔전도 치렀다. 정영식은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각) 치른 쓰촨과의 2016년 중국 탁구 슈퍼리그 1단계 단체전에 출전했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었다. 그는 샹쿤과 짝을 이뤄 나선 복식 경기에서 상대에 세트스코어 0대2(7-11, 10-12)로 패하며 데뷔전에서 쓴 맛을 봤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중국 슈퍼리그는 일주일에 1~2차례 경기를 치러 12월까지 팀별로 18~20경기를 소화한다.
정영식은 "사실 첫 경기 때는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했다. 탁구 테이블, 공 등 다른 점이 있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감독님을 비롯해 선수들이 잘 해준다. 덕분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리그는 세계에서 가장 수준이 높다고 볼 수 있다. 탁구 선수라면 누구나 중국 리그에서 뛰고 싶어한다. 이곳에서 뛸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며 "많이 배워서 내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 또한 팀이 우승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실패를 단지 과거의 후회 속에 가둬두는 자에게 미래는 없다. 실패를 발판으로 삼아 새로운 도전에 나선 정영식의 밝은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