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전을 가져간 팀은 LG 트윈스였다. 경기 중반 상대 실책에 편승해 결정적인 득점을 올렸다.
LG는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4대1로 승리했다. 선발 데이비드 허프가 7이닝 5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고, 선발 전원 안타로 상대 마운드를 두들겼다.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앞서간 LG는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8부 능선을 넘었다.
반면 넥센은 2차전 선발이자 '에이스' 밴헤켄의 등판이 불가능해 핀치에 몰렸다. 수비에서 몇 차례나 아쉬움을 보이면서 경기 분위기를 내줬다. 대체적으로 운이 따르지 않았으나, 세밀함에서 밀린 것도 분명했다.
▶빈틈 없는 허프. 견제도 완벽.
넥센은 상대 빈틈을 가장 잘 공략하기로 유명한 팀이다. 시즌 전 꼴찌 후보로 꼽히고도 3위로 페넌트레이스를 마친 원동력은 각 팀별 '맞춤형' 전략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만 만나면 철저히 뛰는 식이다. 이 두 구단은 상대적으로 투수들의 퀵모션이 느리다. 견제인지, 투구인지, 차이도 분명하다. 올해 154도루로 이 부문 1위에 오른 넥센은 KIA전에서만 33도루, 한화전에서 22도루를 했다.
하지만 LG를 상대로는 쉽지 않다. 양상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래 세밀한 부분에서 크게 발전한 결과다. 넥센은 올 시즌 LG와의 16차례 맞대결에서 총 17번 스타트를 끊었다. 성공률은 76%(13/17)로 나쁘지 않다. 그러나 시도 자체가 많지 않다. 엽경엽 넥센 감독도 "확실히 달라졌다. LG 투수를 상대로 도루 타이밍을 잡기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런 LG 투수 가운데 가장 까다로운 선수를 뽑으라면 단연 허프다. 대체 외인으로 한국 땅을 밟은 이래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염 감독은 "경기를 풀기 어려운 투수다. LG가 좋은 선수를 데려왔다"고 했다. 이날도 그랬다. 넥센은 1회 발 빠른 고종욱이 도루에 실패했다. 2사 1루에서 스타트를 끊다가 '딱' 걸렸다. 4번 윤석민의 타석, 볼카운트 2B1S에서 견제에 당했다. LG는 이 플레이 하나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동시에 넥센 벤치에 '발 야구'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을 안겨 줬다.
▶'데자뷔' 유지현 LG 3루 코치 실수
선취점이 중요한 경기. LG가 찬스를 놓쳤다. 0-0던 3회였다. 선두 타자 손주인의 중전 안타, 김용의의 희생 번트, 이천웅의 볼넷으로 만든 1사 1,2루. 후속 박용택이 몸쪽 낮은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 당했다. 원바운드 된 유인구를 참지 못했다. 타석에는 4번 히메네스. 첫 타석에서 3루수 땅볼로 물러났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볼카운트 1B에서 유격수 쪽으로 강한 타구를 날렸다. 하지만 넥센 유격수 김하성이 기막힌 수비로 그 공을 낚아챘다. 내야 안타를 막을 수 없었으나 좌익수까지 굴러가는 상황은 차단했다. 그런데 여기서 3루 주자 손주인이 협살에 걸려 아웃됐다. 김하성이 공을 잡기 직전 이미 3루 베이스를 돌았고, 그 탄력과 스피드를 이기지 못해 귀루에 실패했다.
유지현 LG 3루 코치의 판단이 아쉬웠다. 당시 유 코치는 손주인에게 홈으로 쇄도하라는 의미로 손을 돌렸다. 그러다 김하성이 2루로 송구하고 2루수 서건창이 3루로 공을 던지려하자 멈추라는 사인을 보냈다. 명백하게 한 박자 느린 신호였다. 결국 손주인은 허무하게 아웃당했다. 2사 만루 찬스가 사라졌다. LG 입장에서는 앞서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뼈아픈 주루사를 했기에 더 치명적이었다. 당시 유 코치는 1-4이던 무사 1,3루에서 좌완 고효준의 폭투가 나오자 2루에 진루한 유강남에게 더 뛰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유강남은 주춤했고, 유 코치는 이를 보고도 멈추라는 사인을 내지 않았다.
▶박동원 악송구. 게임 끝.
이처럼 양 팀이 한 차례씩 결정적인 실수를 했지만, 치명적인 실점으론 이어지지 않았다. 넥센은 5회부터 등판한 '+1' 박주현이 잘 던졌고, LG는 허프가 7회까지 책임졌다. 그러다 팽팽한 흐름에 균열이 간 건 2-1로 앞선 LG의 7회말 공격에서다. 선두 타자 김용의가 좌전 안타로 출루한 직후였다. 양상문 LG 감독은 2번 이천웅에게 보내기 번트 사인을 냈다. 이천웅은 백스핀을 적절히 건 번트로 기대에 부응했다. 그런데 이 때, 공을 잡아 1루에 던진 넥센 포수 박동원의 송구가 너무 강했다. 여유가 있었지만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다.
야구에서 흔히 나오는 장면이다. 그동안 강한 송구에만 익숙해 살살 던지는데 애를 먹는 투수, 야수가 많다. 박동원이 꼭 그랬다. 2루수 서건창이 이미 베이스 커버에 들어가 정확히 던지면 됐으나, 수 만 번 연습한 그 행동에 실패했다. LG의 무사 2,3루 찬스. 이후 넥센은 사실상 고의4구로 1루를 채웠고, 계속된 1사 만루에서 세 번째 투수 이보근이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또 계속된 2사 만루에서도 양석환에게 2루수 방면 강습 안타를 내줘 1-4로 점수가 벌어졌다. 경기는 여기서 끝났다.
이에 반해 LG는 세밀한 플레이로 잠실 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을 열광케했다. 실점 장면에서 조차 인상적인 플레이를 했다. LG 중견수 김용의가 대표적이다. 김용의는 2-0이던 5회 1사 2루에서 김지수의 안타를 재빨리 포구, 2루에 정확히 뿌렸다. 비디오 판독 결과 아웃. 예전 LG라면 무조건 2루타를 허용했을 상황이었다.
잠실=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