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종료 후 열리는 FA 시장은 역대 최대 규모의 돈거래로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빅4'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 겨울부터는 원소속팀과의 우선협상기간 없이 모든 팀들이 자유롭게 해당 FA와 접촉할 수 있어 협상 과정도 다른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원소속팀들로서는 꼭 잡고싶은 내부 FA를 향해 더욱 치밀하게 계약 조건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FA 시장에서는 SK 와이번스 김광현, KIA 타이거즈 양현종, 삼성 라이온즈 차우찬과 최형우가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은다. 공교롭게도 이들 4명 모두 소속팀이 시즌 일정을 모두 마친 상황이라 이미 재계약 관한 교감이 오갔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적어도 이들의 마음이 어떤지 구단들이 직간접인 경로를 통해 확인하는 시점임은 분명해 보인다. 공식적인 FA 시장 개막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워낙 선수 몸값이 최근 몇 년동안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 터라 이들이 총액 100억원을 넘어 어느 선에서 정점을 찍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구단 발표 기준, 역대 FA 최고액은 지난 겨울 NC 다이노스와 4년 계약한 박석민의 96억원이다. 이번에 '빅4' 가운데 2~3명은 이 금액을 넘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들의 FA 협상에 중요한 변수가 있다. 이들 모두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국내 잔류가 우선 순위는 아니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이미 2년전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모색한 적이 있다. 둘 다 예상을 한참 밑도는 포스팅비와 영입조건을 제시받아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자유로운 신분이 되는 이번 겨울에는 선택이 폭이 좀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도 이들이 등판한 경기에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몰려들었다. 두 선수 모두 여전히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가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와 KIA 구단도 이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최형우 역시 몇 년전부터 해외 진출의 꿈을 드러내왔고, 차우찬도 올초 일본 진출을 위해 현지 에이전트와 손을 잡았다. 최형우와 차우찬은 메이저리그보다는 일본 프로야구 진출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4명은 이미 에이전트와 함께 최근 국내 FA 시장과 해외 리그를 주시하면서 잔류냐 도전이냐를 놓고 자료를 수집해 왔을 것이다. 선택의 기준을 나름대로 세워놓았을 것이라는 게 현 소속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해외 진출 카드가 전략일 수도 있다. 한 관계자는 "해외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받더라도 마음 속으로는 국내에 남아 충분한 대우를 받고 싶어하는 선수가 있다. 금액에서 좀더 욕심이 생기지 않겠나"라고 했다.
하지만 해외 시장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다. 김광현과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택할 경우 KBO리그에 남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얻어낼 수 있을까. 즉 계약기간 4년을 보장받기가 힘들 뿐만 아니라 총액 1000만달러도 무리가 따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원소속팀에 지불되는 포스팅비가 없다는게 2년전과 다르지만, 그 사이 실력이 향상됐다고 보는 스카우트들 역시 없다는게 현실이다. 이 관계자는 "이들에 대한 평가는 이미 예전에 끝났다고 봐야 한다. 지금은 부상 등 얼마나 내구성이 좋은지,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어떤지를 보는 것 뿐"이라고 했다. 물론 김광현과 양현종 모두 '꿈의 무대'에 대한 도전에 의미를 두고 금액은 신경쓰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최형우와 차우찬이 바라보는 일본 프로야구는 그래도 좀더 사정이 나은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몸값을 보장해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형우는 올해 타율 3할7푼6리, 31홈런, 144타점을 올리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2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올린 차우찬은 왼손투수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두 선수는 삼성 구단이 얼마나 적극성을 가지고 재계약 협상에 임하는지가 오히려 중요한 변수다.
안정적인 신분과 연봉이 중요하다면 잔류하는 것이 옳지만, 큰 무대라는 명분 자체에 의미를 둔다면 시선을 돌리는게 당연하다. 포스트시즌이 한창인 요즘, '빅4'의 스토브리그는 이미 시작됐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