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 제주와 전남이 같은날 감독 교체를 단행했다.
그런데 모양새가 이상하다. 전임자들이 팀을 떠나는 게 아니라 수석코치로 '강등'을 자처했다. 제주는 조 감독을 도왔던 김인수 수석코치가 감독을 맡았고, 전남은 FC서울에서 활약했던 송경섭 코치가 새롭게 합류했고 노 감독이 수석코치 자리로 보직을 바꿨다. 으레 감독이 교체되면 좋든 싫은 팀과 거리를 두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두 팀 모두 스플릿 그룹A에 진출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사정권에 두고 있는 만큼, 고개를 갸우뚱 하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ACL 규정에 따르면, 출전팀 사령탑은 아시아축구연맹(AFC)의 P급 지도자 라이센스를 갖춘 이들에게만 자격이 주어진다. AFC는 내년 ACL 출전권에 속한 각 리그 팀들의 검증을 위해 오는 24일까지 선수단 정보를 제출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그룹A에 속한 제주와 전남도 출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따라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조 감독과 노 감독이 P급 라이센스를 소지하지 않고 있는 게 문제가 됐다. 제주는 김 수석코치가 P급 라이센스를 갖고 있어 조 감독과 보직을 맞바꾸는 임시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전남은 이마저도 어려워 송 감독을 급히 모셔오기에 이르렀다.
선수들 입장에선 혼란을 느낄 만하다. 새 감독이 왔음에도 전임 감독이 수석코치직을 맡는 '이상한 동거' 때문이다. 조 감독과 노 감독이 실질적으로 팀을 이끄는 모양새가 될 전망이다. 새 감독들은 결국 AFC 규정을 맞추기 위한 임시방편이다. 조 감독과 노 감독 모두 올 겨울 P급 지도자 연수를 통해 라이센스를 취득할 것으로 보인다.
AFC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은 ACL 규정에 맞춰 P급 라이센스 취득을 장려해왔다. 하지만 일부 팀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검증작업 없이 감독 선임에만 신경을 썼다. 성적이 나지 않을 땐 그냥 넘어갈 수 있었지만, 제도적인 장벽에 막힐 위기에 놓이자 그간 숨겨졌던 불편한 자리가 드러난 셈이다. 축구계 관계자는 "제대로 된 검증 없이 모셔오기에 급급한 구단의 문제도 존재하지만 지도자들 스스로 자신을 다듬는 과정에 소홀했던 점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