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은 매경기가 벼랑끝 승부, 내일이 없는 총력전이다. 때로는 숨막히는 투수전, 불꽃튀는 타격전이 팬들의 피를 끓게 하고, 마음을 쥐고 흔든다. 정해진 공식대로, 틀에 찍어낸 듯한 분석은 식상하다. 스포츠조선이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팬들의 마음을 그대로 담아 풀어낸다. 담당기자 입장에서 '편파적으로' 상대팀을 신랄하게 꼬집는 '사이다 관전평'이다. <편집자주>
넥센편에서-LG, 행운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넥센은 이번 준플레이오프가 길게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가장 중요한 5차전을 대비해 밴헤켄을 2선발로 뺐다. 1차전에 이기면 빨리 끝낼 수 있지만 지는게 큰 충격은 아니라는 뜻이다. 시리즈가 길게 갈수록 LG의 체력은 고갈될 게 뻔하다.
첫 경기는 LG에게 운이 많이 따른 날이었다. 1회말 히메네스의 타구를 1루수 윤석민이 간발의 차이로 일찍 잡는 바람에 페어 판정을 받아 3루주자가 홈을 밟으며 선취점을 뽑은 것부터가 행운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수비나 공격에서 LG쪽으로 행운이 찾아왔고, 넥센은 잘맞힌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 잡히고, 수비에서도 갑자기 불규칙 바운드가 나오는 등 전반적으로 운이 없었다.
문제는 운을 실력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행운으로 된 안타를 자신의 실력으로 믿다가는 결국 진짜 실력에 잡히고 만다. 운이 계속 될 수는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고, LG와 넥센의 실력차 역시 다 알고 있다. 끝이 보이는 싸움이다.
LG는 여전히 기본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5회초 무사 1루서 8번 정상호의 두차례 번트 실패가 이를 말해준다. 이후 정상호가 안타를 쳤기 때문에 전화위복이 됐지만 양상문 감독이 처음에 바랐던 시나리오는 아니었다. LG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여러차례 희생번트를 실패하면서 어렵게 경기를 치렀다. 계속되는 번트실패는 선수들에게 번트에 대한 부담감을 안겨준다. 손주인 같은 베테랑 타자가 아니면 번트 사인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7회초 무사 1루서 2번 이천웅이 희생번트를 잘 댔다며 응수하겠지만 이미 승부가 기운 상황이었다. 접전일 때와 아닐 때 선수들이 받는 압박감은 완전히 다르다.
게다가 그 7회초 번트는 LG의 조급함을 그대로 말해주는 장면이다. 이미 6-0으로 승부가 기울어진 상황이었다. 물론 극심한 타고투저로 인해 한 이닝에 5점 이상의 빅이닝이 나올 수 있는 올시즌이지만 1차전이고, 가용할 승리 불펜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범하게 강공을 했어야 한다.
LG의 1차전 승리를 축하한다. 그런데 이런 승리의 맛을 또 볼 수 있을까. 권인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