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성적으로 평가받는 자리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62)이 이끄는 A대표팀은 11일(이하 한국시각)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에서 0대1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승점 7점에 머물러 A조 3위로 내려앉았다. 이란(승점10)은 조 선두를 수성하는 동시에 최대 경쟁자인 한국과 격차를 벌렸다. 꿩 먹고 알 먹었다. 그 사이 우즈베키스탄은 중국을 2대0으로 제압하고 승점 9점을 기록해 조 2위로 올라섰다. 슈틸리케호는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슈틸리케호는 네 차례 최종예선 경기에서 2승1무1패다. 이란전이 유일한 패배다. 하지만 위기론이 대두됐다. 부진한 경기력이 문제였다. 중국과 카타르에 3대2로 승리했지만 찬사를 받지 못했다. 심지어 시리아와는 득점 없이 비겼다. 꾸준히 지적되온 장현수 '풀백 기용' 고집을 이란전에서도 꺾지 않았다. 심지어 장현수가 직접 카타르전 이후 중앙 수비가 편하다고 말했음에도 슈틸리케 감독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오른쪽 풀백으로 기용했다.
여기에 이란전 종료 후엔 '선수 비교 논란'을 빚어 팀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했다. 12일 부랴부랴 해명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과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었다고 하지만, 상처가 완전히 아물었지는 의문이다. 중심을 잡아야 할 감독이 오히려 혼란을 초래한 셈.
상황이 이러하니 '경질설'까지 흘러나오는 것은 당연지사다. 한걸음 더 나아가 다음달 1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5차전이 슈틸리케 감독의 고별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슈틸리케 감독.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는 듯 하다. 우선순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감독의 임무와 존재의미에 대한 문제다. 팀이 위기에 처하면 감독은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면 될 일이다. 비판 여론과 씨름하며 헛심 뺄 일도 아니다. 방법은 단 하나, 개선된 전략과 경기력으로 최선의 결과를 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보인 반응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슈틸리케 감독은 1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진행된 귀국 기자회견에서 경질설에 대해 "이 자리를 빌어 내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며 "대한축구협회가 최근 12년 동안 몇 명의 감독을 선임했는지 아는가"라고 반문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총 10명"이라고 답을 내놓은 뒤 "감독 교체를 위해선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K리그 발전, 선수발전, 교체로 인해 무엇을 얻고 어떻게 변할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전 직후 기자회견에선 패배 원인으로 '유소년 시스템'을 거론한 바 있다.
선수단을 이끌며 최선의 성적을 내야 할 감독이 자신의 거취에 대해 협회에 훈수를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감독의 권한을 지나치게 넓게 해석하는 건 아닐까. 아니면 자신이 감독 이상의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유야 어떻든 '울리 슈틸리케'는 현장을 이끄는 감독이다. 행정가가 아니다. 본연의 임무가 있다. 하루 빨리 착각에서 벗어나 우즈베키스탄전 준비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그가 당장 착수해야할 최우선 과제다.
인천공항=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