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느냐, 떠나느냐. 운명이 달린 포스트시즌이다.
가을야구에서 외국인 선수의 활약 여부는 두말할 필요없이 중요하다. 외인의 활약 여부에 팀이 울고 웃는다. 지난해 더스틴 니퍼트(두산 베어스)가 대표적이다. 정규시즌에서 온갖 부상에 시달리며 제 몫을 못하다가 준플레이오프~한국시리즈에서 엄청난 공으르 뿌렸다. 한국 무대 5년 차를 맞아 이미 전력분석이 다 된 상태였지만 몸쪽 직구, 바깥쪽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 난공불락이었다. 또한 짧은 휴식에도 변함없이 강력한 공을 던지면서 팀을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이끌었다.
니퍼트는 이 가을야구가 아니었다면 올해 더는 두산 유니폼을 입지 못할 뻔 했다. 당시 두산은 정규시즌에서 6승4패 5.1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그와 재계약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시즌 막판 선수들 사이에서도 "내년 시즌 퍼트형과 함께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 '괴물' 같은 피칭을 했다. 당연히 내년에도 함께 하자고 구단이 먼저 제시를 했다. 그렇게 니퍼트는 6년째 두산 에이스 노릇을 하게 됐고 올 시즌 28경기에서 22승3패, 2.95의 평균자책점을 찍는 스토리를 썼다.
니퍼트의 사례는 다른 외국인 투수들이 귀담아 들을만 하다. 정규시즌 5위 KIA 타이거즈를 포함해 LG 트윈스, 넥센 히어로즈, NC 다이노스, 두산까지. 단기전에서 어떤 공을 던지느냐가 재계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당장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탁락한 KIA는 헥터 노에시와 지크 스프루일의 희비가 엇갈렸다. 헥터는 1차전에서 7이닝 2실점(1자책)으로 제 몫을 충분히 했고, 지크는 2차전 0-0이던 9회 1사 1,2루에 등판해 안타 1개와 희생 플라이 1개를 허용하며 팀을 구해내지 못했다. 따라서 시즌 내내 기복을 보이며 팬들의 애간장을 태운 지크는 재계약이 쉽지 않게 됐다.
LG에는 헨리 소사가 있다. 2012년부터 KBO리그에서 뛴 소사는 빠른 공이 매력적이지만 강력한 맛은 없다. 건강한 몸을 바탕으로 4일 휴식 후 등판을 너끈히 소화하면서도 1선발로 불리기 부족하다. 올 시즌도 33경기에 등판해 10승9패 평균자책점이 5.16이다.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것에는 합격점을 줄 수 있겠으나, A급 투수로는 볼 수 없다. 그래서 이번 가을야구가 중요하다. 구단과 팬에 강한 인상을 심어줄 호투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허프에 눈높이를 맞춘 팬들이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 올해 김지용, 임정우 등 마운드 세대교체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LG는 허프의 짝만 찾으면 내년에도 가을야구를 할 강력한 후보다.
넥센도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스캇 맥그레거가 애매하다. 대체 외인으로 한국 땅을 밟은 그는 14경기에서 6승3패 5.2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빠른 공을 갖고 있어 KBO리그에서 성공할 조건을 갖고 있으나 좌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구종이 부족하다. 실제로 우타자 피안타율은 2할3푼4리, 좌타자 피안타율은 무려 3할8푼8리. 이번 가을 야구가 중요한 이유다. 현재 코칭스태프는 "지금보다 더 잘 던질 선수인 것은 분명하다. 완벽히 적응만 마치면 내년 10승은 무난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포스트시즌서 실망스러운 피칭을 한다면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
이에 반해 NC 다이노스의 에릭 해커, 잭 스튜어트, 두산의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은 가을야구 활약 여부를 떠나 무조건 재계약할 공산이 크다. 그만큼 빼어난 기량에다 한국 타자들에 대한 적응도 완벽히 끝났다. 타자 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넥센 대니 돈, 두산 닉 에반스가 좀 더 구단에 어필할 필요가 있다. 둘은 앞선 구단의 외국인 타자들에 비해 분명 나은 성적을 거뒀지만 임팩트가 부족하다. 찬스에서 무조건 한 방을 쳐줄 것이라는 믿음은 그리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