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자는 하나, IBK기업은행이었다. 기업은행이 올 시즌 V리그 여자부 '공공의 적'으로 꼽혔다.
V리그 여자부는 15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한국도로공사와 IBK기업은행의 개막전으로 2016~2017시즌의 화려한 문을 연다.
V리그 여자부 6개 팀들의 꿈은 동색이다. '우승'이다. 이 환희를 맛보기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지난 시즌 '절대 1강' 기업은행이다.
11일 서울 청담동의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6~2017시즌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 이정철 기업은행 감독을 제외하고 다섯 명의 사령탑들은 의도하지 않게 의기투합했다. "기업은행을 반드시 꺾어야 우승할 수 있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양철호 현대건설 감독이 '타도 기업은행'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양 감독은 "우승을 위해 이 팀만은 꺾어야 한다면 기업은행"이라고 밝혔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이 지원사격에 나섰다. 박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에서 기업은행을 만날 것 같다"며 웃었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도 현실을 냉정하게 분석했다. "전력으로만 따지면 기업은행이다." 서남원 KGC인삼공사 감독 역시 "인삼공사가 우승하기 위해선 기업은행을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구 GS칼텍스 감독만 즉답을 피했다. "우리는 어느 팀을 찍을 수 있는 능력이 안된다. 내년에는 앞 테이블(현대건설, 기업은행, 흥국생명·플레이오프 진출 팀)과 뒤 테이블(GS칼텍스, 도로공사, 인삼공사)이 바뀔 수 있게 앞 테이블 팀을 견제하겠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업은행은 지난 2011년 창단 이후 구름 위만 걸었다. 2012~2013시즌부터 네 시즌 연속 챔프전에 올랐다. 2012~2013시즌에는 통합(정규리그·챔프전) 우승을 이뤘고, 2013~2014시즌에는 정규리그 우승과 챔프전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4~2015시즌에는 플레이오프와 챔프전 5연승을 달려 통산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15~2016시즌에는 정규리그 우승과 챔프전 준우승을 거뒀다.
또 다시 '공공의 적'이 된 이정철 기업은행 감독의 표정은 오히려 차분했다. 이미 답변을 예상한 듯했다. 최대 우승 라이벌로 현대건설을 지목한 이 감독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우승한 뒤 챔프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현대건설은 높이가 있는 팀이다. 특히 양효진의 공격을 반드시 차단하겠다"고 선전포고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욕을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고 하는데 다른 감독들께서 지목을 많이 해주신 만큼 더 강해지겠다"며 우승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기업은행은 '원-투 펀치' 김희진과 박정아가 건재하다. 여기에 아제르바이잔리그에서 뛴 메디슨 리쉘(미국)과 라이트 김미연도 기대해볼 만하다. 특히 이 감독은 올 시즌 투 리베로 시스템을 가동할 전망이다. 서브리시브 때는 남지연, 수비리시브 때는 노 란을 투입시켜 수비 안정을 꾀할 전략이다. 기업은행의 전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이 감독은 "공격 옵션의 변화를 주려면 리쉘과 김미연이 절대적인 활약을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격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노 란이 리베로서 또 다른 수비력을 보여줬으면 한다. 출전 시간도 상당히 늘어났다. 기대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