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 호흡이 빛을 발할까.
손흥민(24·토트넘)과 김신욱(28·전북)은 축구계에 소문난 '형-아우'를 뛰어넘는 '절친'이다. 둘 사이를 두고 '톰과 제리'라는 별칭이 붙었을 정도다. 네 살 차이지만 벽은 없다. "(김)신욱이 형이 명단에 있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좋았다. 평소에도 신욱이 형에게 '형을 가족만큼 좋아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을 한다." 카타르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을 앞두고 손흥민이 한 말이다. 이 한 마디에 김신욱에 대한 손흥민의 애정이 모두 녹아있었다.
손흥민 혼자만의 마음이 아니다. 김신욱에게도 손흥민은 각별하다. 김신욱은 "흥민이와 대표팀 시작을 같이 했는데 최근에 좋은 모습 보여서 나도 좋다"고 밝힌 바 있다. 손흥민과 김신욱은 2010년 나란히 태극마크를 단 '대표팀 동기'다. 쟁쟁한 선배들에 가려 입지를 다지지 못할 때 서로를 의지하며 버텨온 '소울 메이트'다.
하지만 둘이 다시 같이하기까지 곡절이 많았다.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 입단했다. 어려운 시기는 있었지만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최근엔 세계적으로 '핫'한 공격수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반면 김신욱은 부침이 있었다. 올시즌 초반에 바닥까지 찍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전북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군사훈련과 부상 여파로 컨디션 조절이 힘들었다. 동시에 이동국이 맹활약을 펼쳤고 에두까지 합류해 팀내 입지가 좁아졌다. 하지만 이겨냈다. 시간이 가면서 김신욱은 전북에 녹아들었다. 기존 강점인 공중볼에 세밀함까지 더해졌다. 그리고 지난달 26일, 김신욱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을 받아 최종예선 3, 4차전(카타르, 이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과 김신욱은 같은 방을 쓰며 이번 최종예선 2연전을 준비했다. 시너지 효과는 확실했다. 예상외로 고전했던 카타르전 분위기를 180도 바꾼 건 이 둘이었다. 김신욱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투입 돼 지동원의 동점골에 기여하는 헤딩 연결을 했다. 2선과도 활발하게 연계를 하며 공격을 주도했다. 김신욱이 버텨주자 왼쪽의 손흥민도 살아났다. 결국 손흥민은 결승골을 터뜨리며 3대2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손흥민과 김신욱의 찰떡궁합. '숙적' 이란을 넘을 슈틸리케호의 무기로 떠올랐다. 손흥민과 김신욱은 이란 현지에서 진행된 훈련에서도 깊은 우애를 과시하며 대표팀 분위기를 주도했다. 9일(이하 한국시각) 이란 꼬드스시의 샤흐레꼬드스스타디움에서 가진 현지 두 번째 훈련에서 두 절친은 본격적으로 손발을 맞췄다. 8일 첫 훈련에선 손흥민이 회복조에 포함돼 함께 공을 주고 받을 수 없었다.
손흥민과 김신욱은 5인 1조 패스 연계 훈련에서 같은 조에 속했다. 이재성 김보경 오재석도 함께였다. 사각형 꼭지점에 마커를 깔고 선수 1명씩 마커에 위치했다. 그리고 1명의 선수가 가운데에 서서 패스를 주고 받는 프로그램이다. 김신욱이 가운데에서 공을 주고 받으며 "이제 된 거 아니야?"라고 하자 손흥민은 "아직 아냐"라며 매몰차게 강한 패스를 연결했다. 김신욱이 강한 볼을 완벽히 트래핑을 하자 손흥민이 엄지를 세우기도 했다.
지금까지 넘지 못했던 이란 원정 장벽. 손흥민과 김신욱의 시너지로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테헤란(이란)=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