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KIA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했다. 브렛 필을 타순 2번에 배치한 게 기막히기 들어맞았다.
필이 이번 2016년 정규시즌에 주로 들어간 타순은 5번과 3번이었다. 5번에 제일 많이 들어갔다. 중심 타선의 시작 또는 끝을 담당했었다. 그러나 올해 필은 유독 찬스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 또 KIA는 타순 2번에 적임자가 없어 고민을 해왔다. 리드오프와 클린업트리오를 연결한 강한 2번이 없었다.
10일 LG와의 와일드카드 1차전에선 2번-1루수로 선발 출전한 필은 김기태 감독의 믿음에 제대로 화답했다.
1회 첫 타석엔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타구의 질은 나쁘지 않았다. 잘 맞은 타구가 좌측 펜스 앞에서 잡혔다.
필의 진가는 4회와 6회 드러났다. 두 차례 선두 타자로 나서 공격의 물꼬를 열었다. 그리고 두 차례 다 득점에 성공했다.
4회엔 LG 선발 허프의 바깥쪽 체인지업을 공략해 중전 안타로 출루, 오지환의 실책으로 홈을 밟았다. 그 점수가 결승 득점이 됐다.
2-0으로 리드한 6회엔 선두타자로 2루타를 치고 나가 나지완의 희생 플라이 때 홈인했다. 필이 다시 허프의 바깥쪽 직구를 정확하게 밀어쳤다.
필이 두 차례 선두 타자로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하지 못했다면 와일드카드결정 1차전의 승부는 KIA 쪽으로 기울지 않았을 것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LG(허프)와 KIA(헥터)는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필의 4회 안타는 이날 허프 상대로 기록한 첫 안타였다.
필의 타순 2번 배치는 결과적으로 KIA의 승리에 이어진 멋진 한수였다.
만약 김기태 감독이 필이 아닌 다른 선수를 2번에 배치했더라도 똑같은 결과를 얻었을 것이라고 가정하기는 어렵다.
잠실=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