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안방에도 변화가 생길까.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지난 6일 발표한 2017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1차 엔트리에서 이름을 올린 포수는 4명. 두산 양의지와 롯데 강민호 그리고 SK 이재원, NC 김태군이었다. 이중 양의지와 강민호는 지난해 프리미어12에서도 호흡을 함께 맞춘 리그 최정상급 포수들이다. 하지만 잔부상으로 시즌 내내 고생했던 이들이 이번 대표팀에도 함께 승선할 수 있을까.
강민호는 올해 힘든 시즌을 보냈다. 주장으로 선수단을 이끌었고, 후반기에는 부상이 괴롭혔다. 팀 성적이 떨어진 후반기 무릎 통증이 심해진 강민호는 일본에서 치료를 받고 돌아오는 등 완전치 않은 몸상태로 시즌을 마쳤다.
양의지도 비슷했다. 올해도 변함 없이 두산의 주전 포수로 정규 시즌 우승을 이끌었지만, 아픈 곳은 이전보다 더 늘어났다. 사구 후유증도 있었다. 머리와 허리, 무릎, 발목 등이 아파 시즌을 온전히 치를 수 없었다. 시즌 최종전에서도 4회말 홈으로 들어오던 LG 이병규(7)를 태그하다 발목 부상을 입어 교체됐었다. 지난해 엄지발가락 미세 골절을 안고 포스트시즌을 뛰었던 기억도 겹친다.
포수는 몸이 남아나지 않는 포지션이다. 수비하는 자세 자체가 고되고, 홈 플레이트를 지키고 있어 부상 위험도 크다. 홈에 저돌적으로 들어오는 주자와 충돌하는 일도 잦은데다 타자들의 파울 타구에 하루에도 몇 차례씩 타박상을 입는다. 또 거의 모든 팀들이 포수를 여러명 둘 수 없다. 제대로 된 포수 한명 키우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많은 구단들이 '포수난'을 겪고있는 것을 보면 더 그렇다. 자연스레 주전 포수의 역할이 막중하다. 많은 경기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강민호는 2005년 104경기를 뛰면서 자리를 잡기 시작해 2006년부터 롯데의 주전 포수로 완벽히 입지를 굳혔다. 거의 매해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그만큼 잔부상은 더 늘어났다.
조금 늦게 빛을 본 영의지도 2010년부터 두산의 전 경기를 책임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양의지와 강민호 모두 공격력에 있어 팀 타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백업 포수와 역할을 나누기 어렵다.
물론 신뢰도는 최고. 강민호는 20대 초반부터 국가대표로 뛴 '단골'이다. 양의지 역시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연거푸 우승 맛을 보면서 베테랑으로 자리잡았다. 대표팀 기술위원회가 다른 젊은 포수들보다 두사람의 이름을 먼저 선택한 것도 신뢰가 바탕이 된 결과다.
다만 이 선수들이 내년 3월에 열리는 WBC에 정상 컨디션으로 참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부르면 뛰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즌 개막을 앞두고 완전치 못한 몸 상태로 출전하면 여러모로 큰 손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