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페넌트레이스가 끝났다. 팀성적 만큼이나 눈길을 끌었던 개인 타이틀 주인도 가려졌다. 눈에 띄는 점은 상위권팀은 투수들 덕을 톡톡히 봤고, 야수쪽에선 하위권팀 선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한 두명의 개인성적을 팀전력에 100% 대입시키긴 어렵지만 투수가 강한 팀이 가을야구를 경험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재차 입증된 셈이다. FA영입 및 잔류, 외국인선수 물색, 신인지명 등 2017시즌을 준비하는 각 구단의 타고투저 해결책 마련에 '투수 구인난'은 또다시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타자 부문에선 삼성 최형우와 한화 타선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최형우는 타율 1위(0.376), 타점 1위(144), 최다안타 1위(195) 등 3개 부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31홈런(7위)을 기록했는데 홈런 타이틀까지 가져갔다면 '트리클 크라운'을 넘어 가장 눈부신 타격 4개부문을 석권할 뻔했다. 최형우는 공식 기록 외에 최다 2루타(46개)와 최다 루타(338), OPS(장타율+출루율) 1위(1.115)를 기록했다. 가히 올시즌 최고의 타자라 불릴만하다.
득점 1위는 한화 정근우(121개), 출루율 1위는 한화 김태균(0.475)이었다. 지난해 40홈런-40도루 등 한국야구를 쥐락펴락했던 NC테임즈는 홈런 공동선두(40)와 장타율 1위(0.679)를 차지했다.
KBO가 공식시상하는 타격 주요 8개 부문(타율, 타점, 홈런, 최다안타, 득점, 도루, 출루율, 장타율) 톱 5에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한팀 소속 선수는 23명(부문별 중복 포함)이나 됐다. 상위권팀(가을야구 진출팀) 선수들은 이보다 적은 17명(부문별 중복포함)이었다. 한화 김태균은 출루율 1위 외에도 타율 2위(0.365), 타점 2위(136개), 최다안타 2위(193개)에 이름을 올렸다.
투수 부문은 정반대였다. 판타스틱4(니퍼트,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라 불리는 두산 선발진의 활약이 압도적이었던 탓도 있지만 NC와 넥센 등 상위권팀 투수들도 고루 활약했다. 니퍼트는 평균자책점 1위(2.95), 다승 1위(22승3패), 승률 1위(0.880) 등 투수 3관왕을 차지했다. 가히 MVP급 활약이다. 보우덴은 탈삼진 1위(160)였다. 불펜은 넥센이 돋보였다. 올해 첫 마무리를 수행한 김세현은 36세이브로 1위였고, 이보근은 25홀드로 역시 이부문 선두.
KBO가 시상하는 투수 6개 부문(평균자책점, 다승, 세이브, 승률, 홀드, 탈삼진) 톱 5를 살펴보면 가을야구 진출팀 소속 투수가 모두 25명(부문별 중복포함)에 달했다. 하위권팀 소속 선수는 5명에 그쳤다. SK 켈리가 평균자책점 4위(3.68), 탈삼진 2위(152), SK 박희수가 세이브 4위(26), 롯데 린드블럼과 레일리가 각각 탈삼진 3위(148)와 4위(147)에 오른 정도였다.
팀이 강해지려면 마운드를 정립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재차 설득력을 얻을 수 밖에 없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