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가 한시름 놨다.
"선수들의 회복에 적어도 48시간은 필요하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카타르와의 3차전(6일)을 앞두고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62)이 남긴 말이다.
당시 카타르와 경기 4일 전 해외파, 국내파 가릴 것 없이 다수의 선수들이 리그 경기를 치르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말했던 48시간을 제외하면 실제 호흡을 끌어올릴 시간은 1~2일에 불과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카타르를 3대2로 제압했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다. 이제는 이란이다. 슈틸리케호는 11일 오후 11시45분(이하 한국시각)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이란과 최종예선 4차전을 벌인다.
그렇지 않아도 부담스러운 상대다. 하지만 이란 원정 비행기에 몸을 싣기 전부터 걱정거리가 있었다. '에이스' 손흥민(24·토트넘)의 상태였다. 손흥민은 최근 상종가를 치고 있다. 소속팀 토트넘에서의 맹활약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A대표팀에서도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손흥민은 카타르전 전반 상대 수비 경합 과정에서 발목 부상을 했다. 포기는 없었다. 손흥민은 통증을 안고 2-2 동점이던 후반 13분 수비 뒷공간으로 연결된 기성용의 침투 패스를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오른발로 차 넣었다. 결승골이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질주하고 좌우 페인팅을 자주 사용하는 손흥민에게 발목 통증은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니었다.
A대표팀은 8일 이란 테헤란의 아라랏스타디움에서 현지 첫 훈련을 했다. 관심은 손흥민의 회복 정도에 쏠렸다.
손흥민은 이날 회복조에 편성돼 가벼운 러닝을 했다. 이후 스트레칭을 하며 근육을 이완시켰다. 회복조의 훈련은 전술조보다 일찍 끝났다. 하지만 손흥민은 개인 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코어 운동으로 몸 전체 근육에 산소를 공급해 회복에 박차를 가했다. 운동을 마무리 한 뒤에는 발목에 얼음 찜질을 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카타르전에서도 손흥민의 발목이 좋지 않았다. 대표팀도 손흥민의 상태를 주시했다"며 "더욱이 경기를 치르고 이란까지 장거리 비행을 해서 상태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선수의 의지가 강하고 착실히 관리를 해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이란전 출전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흥민의 표정도 밝다. 손흥민은 "치료를 잘 해서 상태가 괜찮을 것 같다. 이란전에 나서는 것도 큰 문제 없다"고 했다.
각오도 남다르다. 손흥민은 "지금까지 이란에 당한 게 있다. 이번 원정에서 이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정신력이 가장 중요하다. 절대 패하려고 온 것이 아니다.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내가 득점하는 것보다 팀 승리가 더 중요하다. 고지대, 이란 텃세도 축구의 일부"라며 "그런 것들에 주눅들 필요 없다. 이란 팬들 앞에서 승리하는 것이 더 값지다. 꼭 좋은 결과 가지고 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부상 우려를 잘 극복한 손흥민. 그의 의지와 자신감에서 '중대 고비' 이란전의 희망도 밝아지고 있다.테헤란(이란)=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