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조단위 규모의 해외 기술판매로 급등한 한미약품발 제약업계 호재가 최근 기술수출 계약해지와 늑장공시 의혹 등 한미약품의 '올리타정'(성분명 올무티닙) 사태로 급반전됐다.
일부 '묻지마식 투자'까지 몰리며 몸값이 오르던 제약업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제약업계의 해외 수출과 진출, 임상 진입 등 성과발표를 좀 더 투명하고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사태가 지난해와는 반대로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규모 연이은 해외 기술수출로 국내 제약업계 '대표주자'로 떠오른 한미약품의 이미지가 이번 사태로 추락하면서 그 여파가 다른 제약사로도 번져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와 더불어 이번 사태가 제약·바이오 업계의 '성장통'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약 개발의 불확실성을 공개하고 이에 따른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업계에 대한 대국민 인식을 개선하자는 주장이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의 임상 중단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임상에만 돌입하면 개발과정이 종료된 것처럼 주가가 오르고 투자가 몰린다는 것. 신약 개발은 시간과 자본의 전쟁이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도 성공확률이 낮은 분야기도 하다.
셀트리온은 최근 두 번째와 세 번째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의 북미 유통사 선정을 알리며 이례적으로 계약금 반환 가능성을 명시했다. 이번 한미약품 사태처럼 계약 규모에만 집중하다 진행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복병을 만났을 때 돌아올 후폭풍이 더 무섭다는 증거다.
유병삼 셀트리온 이사는 "기술수출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우선 금액과 구체적인 조건을 명쾌하게 공개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상업화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사전에 제대로 알리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30일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했던 올리타정의 계약 해지를 공시했다. 지금까지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수취한 계약금 및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6500만달러(약 718억원)는 반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7월 기술수출 당시 한미약품이 밝힌 총 계약규모 8500억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올무티닙은 임상시험 과정에서 중증 부작용 논란이 불거지면서 한미약품 주가 하락을 초래했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