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내에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슈틸리케호는 11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11시45분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이란과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을 치른다. 공교롭게 이날은 이슬람 시아파의 추모일인 '타슈아(Tassoua)'다. 타슈아는 이맘(예언자 무하마드의 직계 후손으로 시아파 종교 지도자) 호세이니, 그리고 그와 함께 전사한 압바스 이븐 알리를 추모하는 날이다. 경기 다음날인 12일은 아슈라(Ashura)다. 이날이 이맘 호세이니가 서기 680년 수니파 우마이야 왕조에 카르발라 전투에서 패해 살해된 날이다. 이란 사회에선 가장 의미 깊은 날이라고 한다.
실제로 6일 전부터 추모가 시작됐다. 그의 죽음을 기리는 검은색 깃발이 테헤란 곳곳에 나부꼈다. 아슈라까지는 차분하고 조용한 애도의 기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 이란 종교부의 입장이다. 이란 종교부는 이란 대통령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갖춘 기관이다.
때문에 이란축구협회는 한국과의 최종예선 4차전을 당초 일정에서 하루 앞당긴 10일 치르게 해달라고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요청했다. 그러나 거절당했다. 이란 국회도 종교부의 요구는 현실과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종예선 4차전에도 불똥이 튈까 우려 섞인 목소리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이란 내 분위기는 어떨까. 테헤란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세바크 아미리안 씨는 "종교계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한국전과는 별개의 일이라고 본다. 종교와 스포츠는 분리시켜 봐야 할 부분"이라며 "주변에도 한국전 일정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부분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알렌 안드라닉 씨는 "예전만 해도 지금보다 더 큰 논란이 생겼을 것이다. 그런데 서서히 이란 사회도 변하고 있다"며 "종교는 종교대로 스포츠는 스포츠대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타슈아는 한국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에서 15년간 거주한 한 교민도 "이란도 많이 변했다. 이란 젊은이들은 자기들의 개성과 생각을 중시한다"며 "물론 애도 분위기는 유지되겠지만 축구 경기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란축구협회 관계자도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한국전 티켓이 순조롭게 예매되고 있다. 만석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3~5만 명 정도가 경기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종예선과 시아파 추모일이 겹쳐 발생한 이란 내 종교적 논쟁. 그 속엔 서서히 변화하고 있는 이란 사회의 모습도 담겨있었다.
테헤란(이란)=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