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헤켄 공이 그렇게 빠른 줄 몰랐어요."
2014 한국시리즈에서 넥센 히어로즈와 맞붙은 이승엽(삼성 라이온즈)의 말이다. 이승엽은 145㎞ 안팎의 밴헤켄 직구가 "정말 빠르게 느껴졌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유가 있었다. 그 해 정규시즌을 제패한 삼성은 나름 한국시리즈를 준비했지만 연습경기에서 A급 투수의 공을 때리지 못했다. 실전 감각이 떨어진 탓에 넥센 투수 공에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1,2차전에서는 특히 모든 야수의 몸이 굳었다.
2016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두산 베어스라고 다를리 없다. 지난 8일 정규시즌 최종전을 치른 '잠실 곰'들은 29일이 돼야 한국시리즈 1차전을 치른다. 과연 어떻게 준비를 할 것인가. 어떤 방식을 써야 선수들의 실전 감각 문제를 최소화시킬 수 있을까. 코칭스태프와 프런트가 이달 초부터 끊임없이 고민한 부분이다.
그래서 일본으로 눈을 돌렸다. 미야자키 교육리그에서 일본 구단과 연습 경기를 하기로 했다. 일정은 4박5일이다. 19일 출국해 23일 귀국하는 스케줄이다. 두산은 20일 아이비구장에서 라쿠텐 1.5군과, 21일에는 소프트뱅크 2군과 맞붙는다. 또 22일에는 쇼켄구장에서 요미우리 1.5군과 격돌한 뒤 다음날 귀국한다. 그동안 재팬시리즈에 진출한 일본 팀이 교육리그에서 가을야구를 준비한 적은 있지만 국내 구단이 일본에서 한국시리즈를 대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결정은 역시 LG 트윈스의 가을 야구 영향이 컸다. 두산은 일본으로 떠나기 전인 11~18일 아직도 훈련 장소를 정하지 못했는데, 잠실구장을 쓰기 힘들다. LG가 포스트시즌에서도 선전을 이어간다면 훈련할 곳은 더 구하기 어려워 진다. 이천에 있는 2군 구장은 거리가 멀고, 연습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조건도 안 된다. 공필성 2군 감독을 포함한 37명은 이미 교육리그 참가를 위해 미야자키로 떠났다.
서두에 언급한 실전 감각 문제도 있었다. 경찰 야구단, 상무와 연습 경기를 잡을 수 있지만, 퓨처스리그가 끝난 상황에서 제대로 된 경기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대학 팀은 더 그렇다. 지금 두산에 필요한 건 빠른 공과 수준급의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다. 그래야 정규시즌 뒤 20일 만에 경기를 치러도 몸이 바로 반응할 수 있다.
하나 더, 두산은 미야자키에서 정재훈이 포함된 필승조를 완벽히 구축하려 한다. 지난 9월 3일 타구에 맞아 수술을 한 정재훈은 아주 빠른 회복을 보이고 있다. 두 달도 안돼 피칭을 시작했고 최근에는 불펜 피칭까지 마쳤다. "직구와 변화구를 섞어 던져도 아무런 통증이 없다"는 게 그의 말이다.
이제 남은 건 실전 피칭이다. 직접 타자를 상대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정재훈은 14일 먼저 교육리그에 합류한다. 1군 선수단에 앞서 연습 게임을 치르면서 감 찾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이후 5일 뒤 다른 선수들이 합류하면 본격적으로 필승조에 속해 공을 뿌릴 것이다. 김태형 감독도 앞서 "정재훈의 상태를 보고 한국시리즈 기용 여부를 결정하겠다. 교육리그에서 어떻게 던지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만약 그가 수술 전 구위와 스피드를 보인다면, 두산은 3차례 연습 경기에서 홍상삼-정재훈-이현승-이용찬이 경기 중후반을 책임지게 된다.
두산이 역대 최초로 일본에서 KS를 대비하는 건 김태룡 단장의 힘이 컸다. 시간이 촉박한 가운데서도 숙소(쉐라톤 호텔) 문제를 해결했고, 없던 연습 경기(소프트뱅크전)까지 잡았다.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숙소는 저렴한 가격에, 소프트뱅크와의 경기는 직접 부탁해 성사시켰다. 그의 인적 네트워크가 있었기에 일본행도 성사됐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