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규는 엔트리에 없습니다."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미디어데이 행사 도중 이병규(9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짧게 "엔트리에 없다"고 답했다. 그리고 행사 종료 후 발표된 양팀의 엔트리에서 이병규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병규는 불과 하루 전 잠실구장에서 잊을 수 없는 하루를 보냈다. 이병규는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올시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1군 엔트리에 합류, 경기 4회 대타로 나와 상대 투수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안타를 때려냈다. 그리고 대수비와 교체돼 짧은 1군 경기 출전을 마감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LG팬들은 목이 터져라 이병규의 이름을 외쳤다.
이병규는 오랜만에 1군에 올라온 선수라고 믿기 힘든 안타를 때려냈다. 150km에 육박하는 상대 에이스 니퍼트의 강속구를 기술적으로 밀어내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병규의 이런 모습에 일각에서는 경험 많은 이병규가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어간다면, 대타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양 감독의 선택은 단호했다. 이병규 콜업의 의미는 계약 마지막해 팬들과 인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지, 전력적 의미로 평가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병규도 안타를 때려냈지만, 오랜 시간 1군에서 자리를 비웠기에 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몸상태라고 보기 힘들다. 두산전에서 선발 출전 기회가 있었지만, 컨디션 문제로 본인이 이를 고사했다.
하지만 이병규의 짧은 등장이 선수단에 미친 영향은 컸다. LG는 이날 이병규 콜업 외에도 스타플레이어 출신 이상훈 코치와 노찬엽 전 코치가 시구-시타를 해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주장 류제국은 "두 분의 은퇴하신 선배님들과, 병규형의 모습을 보며 선수들이 모두 똑같은 말을 했다. '우리도 나중에 은퇴를 하게 된다면, 그 시기가 온다면 저렇게 될 수 있을까'였다. 세 스타 플레이어의 모습에 어린 선수들이 많은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