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7일 자정 젝스키스 팬들은 감동으로 벅차 올랐다. 무려 16년만의 신곡이다. 오랜 세월이 흐른 만큼 교복 차림의 앳된 소녀 팬들은 어느덧 30대 전후의 직장인이 됐고 일부는 아이를 둔 엄마가 됐다. 학창시절 늘어지게 듣던 카세트 테이프가 아닌, 디지털 음원으로 새 노래를 접한 팬들은 "추억이 반갑다"며 감격에 젖었다. 이날 젝스키스 팬들은 소녀시절로 돌아가 변함 없는 애정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이날 오전 젝스키스의 신곡 '세 단어'는 멜론·엠넷닷컴·네이버뮤직 등 국내 모든 주요 음원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1세대 아이돌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들이 데뷔 20년 만에 거둔 생애 첫 음원 차트 1위다. 팬들은 저마다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나의 스타가 다시 활동한다는 자체에 무언의 위로를 받았다"며 열띤 응원을 보내고 있다.
신곡이 각별한 이유는 타블로가 쓴 노랫말 덕분에 더욱 그렇다. '다신 볼 수 없을 것만 같던 그대가 내 앞에 서 있네요. 지킬 수 있을지 모르며 약속했던 그 언젠가가 지금인 거군요. 지금 여기 우리 세 단어면 돼요." 한 차례 이별을 겪고 다시 만난 연인을 말하면서도 젝스키스와 팬들의 애틋한 관계와도 닮은 스토리텔링은 공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멤버들 역시 한껏 힘을 빼고 별다른 기교도 배제한 채 듣기 편한 새 노래로 애틋한 마음을 전달했다.
젝스키스의 선전은 가수와 팬덤의 두터운 관계를 확인했다는 의미에서 특별하다. 아이돌이 전세계를 무대로 영역을 넓힌 지금, 1세대라 평가받는 이들이 다시 막강한 팬덤의 지원 속에 활동을 재개한다는 건 의미있는 일이다. 1997년 가요계에 등장해 라이벌 그룹 H.O.T.와 쌍벽을 이루며 아이돌 팬덤 문화를 이끈 젝스키스는 팬들의 상상을 결국 현실로 만들었다. 특히 소속사와의 계약 문제, 멤버들간 수익 배분 등의 요인으로 해체를 맞는 경우가 빈번한 가운데, 젝스키스의 이번 재결합 소식은 가수와 팬덤이 건강한 관계를 구축해왔다는 점에서 좋은 선례로 평가받고 있다.
아이돌 한 팀이 오랜 생명력을 유지하는 건 분명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90년대 원형적인 기획사의 아이돌 제작 시스템에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수명을 연장하는 등 아이돌에 대한 개념도 많이 바뀌어왔다. 게다가 케이팝이 전세계로 뻗어나가면서 보컬과 안무 등 트레이닝 시스템과 작곡, 프로듀싱 등 케이팝 제작 시스템도 수출하는 세상이다. 글로벌 음악의 한 장르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둔 만큼, 가수와 팬덤 모두 건강한 관계로 성장해야 할 때. 젝스키스 외에도 지오디, 빅뱅, 슈퍼주니어, 신화 등 장수 아이돌 그룹들이 이미 좋은 선례를 보여주고 있다.
젝스키스의 신곡 '세 단어'는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다. 또 멤버들의 전성기 시절 뿜어내던 격렬한 기운은 찾아보기 힘들다. 음악은 젝스키스의 옛 노래보다 YG 특유의 사운드를 빼닮았다. 하지만 자극보다 추억의 값진 가치를 들려줬다. 노랫말 단어 하나도 한음 한음도 성의껏 눌러 부른 젝스키스의 새 노래가 반갑다.
hero1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