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열린 33라운드를 끝으로 2016년 K리그 클래식, 윗물과 아랫물이 갈렸다.
매년 관심의 집중은 1~6위팀이 포진한 '윗물' 그룹A였다. 그룹A에서는 우승팀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팀이 가려진다. 당연히 주목도가 높았다. 반면 강등팀이 가려지는 그룹B는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들만의 싸움이었다. 강등팀이 결정되는 시즌 막판에만 반짝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그룹B에도 제법 눈길이 간다. 그 어느때보다 치열한 강등전쟁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7위 성남(승점 41·득점 46골)부터 최하위 수원FC(승점 33)까지 승점차는 8점에 불과하다. 매경기가 승점 6점짜리인만큼 연승과 연패가 이어지면 뒤집힐 수 있는 점수차다. 그룹B에 놓인 팀들간 전력도 엇비슷하다. 수원FC는 꼴찌지만 33라운드 동안 그룹B에 속한 팀들간 맞대결에서 가장 많은 승점(24점)을 쌓았다. 11위 인천(승점 35)도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뜨거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찌감치 강등팀이 결정됐던 예년과 달리 마지막까지 가서야 강등팀의 윤곽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그룹B를 더욱 흥미롭게 하는 요소가 있다. 저마다 다양한 사연으로 얽혀 있다. 스토리의 중심에는 단연 수원FC가 있다. 더비부터 악연까지, 수원FC는 매경기 사투를 예고하고 있다.
일단 6위 성남과는 깃발더비, 10위 수원(승점 37)과는 수원더비를 펼쳐야 한다. 깃발더비는 초반 K리그를 달군 올 시즌 히트상품이다. 양 팀의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 시장과 염태영 수원 시장간 SNS 혈전으로 시작된 깃발더비는 시민구단의 새로운 스토리텔링 모델로 자리했다. 성남과 수원FC는 치열한 경기로 깃발더비를 새로운 명품 더비로 만들었다. 수원더비는 K리그가 최초로 품게된 '진짜 더비'다. 그간 K리그에도 슈퍼매치, 동해안 더비 등이 있었지만 엄밀히 말해 같은 도시를 연고로 하는 팀들이 펼치는 진짜 의미의 더비는 아니었다. 수원FC의 클래식 입성으로 수원 삼성과 '본격 더비'의 시대를 열었다. 경기도 더비답다. 2일 열린 수원더비는 무려 9골이 터졌다.
8위 포항(승점 41·득점 37골·골득실 -2), 9위 광주(승점 41·득점 37골·골득실 -3)와는 악연이 있다. 포항 입장에서 수원FC는 이가 갈리는 상대다. 포항은 올 시즌 수원FC를 상대로 3전전패다. '명가' 입장에서는 '신입생'에게 당한 패배가 굴욕적이었다. 그룹A의 마지노선인 6위 상주(승점 42)와의 승점차가 1점이었으니 수원FC를 상대로 단 1승만 했더라면 그룹B의 수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광주와의 악연은 조덕제 감독과 남기일 감독의 신경전에서 비롯됐다. 5월28일 열린 12라운드 후 조 감독은 남 감독과 설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조 감독이 흥분하며 쏟아낸 말이 전파를 타며 팬들의 지탄을 받았다. 두 감독은 이후 화해했지만 당시의 껄끄러움이 남아있다.
인천과는 생존이 걸려있다. 인천과 수원FC의 경기는 단두대매치다. 두 팀의 승점차는 단 2점. 두 팀은 막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승점을 쌓고 있다. 상위권팀과의 격차가 크지 않지만 일단 강등권에 놓인 두팀간의 싸움이 먼저 정리가 돼야 한다. 11월5일로 예정된 인천과 수원FC의 맞대결은 승점 6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조덕제 수원FC 감독은 "어떻게 그룹B에 놓인 팀들이 하나같이 다 우리와 얽혀있다. 매경기 혈전을 치러야 한다"고 웃은 뒤 "어차피 잔류를 위해서는 다 넘어야 하는 팀이다. 우리가 이 팀들을 상대로 잘해왔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임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