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경기 체제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 중 하나는 경기수가 너무 많다이다. 선수층이 얇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선수들이 버티기 쉽지 않다는 것.
그러나 경기수가 많아지면서 더 재미있는 시즌이 만들어지고 이슈거리가 생기는 수확이 있었다.
삼성 라이온즈 박한이는 4일 대구 LG 트윈스전서 1회말 LG 선발 봉중근으로부터 중전안타를 뽑아내 100안타를 달성했다. 프로무대에 데뷔한 2001년부터 올시즌까지 한번도 빼지않고 100개 이상의 안타를 꾸준히 쳤다. 16년 연속 세자릿수안타. 양준혁(삼성·93∼2008년)과 함께 최다 연속 100안타를 달성한 것. 내년시즌에도 100안타를 달성하면 역대 최초로 17년 연속이란 금자탑을 세우게 된다.
만약 144경기가 아니라 135경기 체제였다면 박한이가 대기록을 세울 수 없었을 것이다. 삼성의 135경기째 박한이의 안타수는 90개였다. 무릎 수술 등으로 인해 경기 출전이 줄었던 박한이는 시즌 후반에야 피치를 올릴 수 있었다.
사실 박한이는 지난해에도 144경기의 덕을 봤다. 4월엔 펜스에 부딪히며, 7월엔 슬라이딩을 하다가 갈비뼈 부상을 당하며 100안타 달성이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그는 투혼을 보이며 안타행진을 했고, 결국 9월23일 kt 위즈전서 100번째 안타를 쳤다. 이때가 삼성의 136경기째. 만약 135경기였다면 달성이 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135경기 체제라면 일정이 달라지는 변수가 있고 그에 따라 부상여부도 달라질 수 있지만 지금의 모습을 보면 경기수가 증가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두산 베어스의 역대 최다승 역시 144경기 체제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1경기를 남긴 143경기째에야 92승을 거둬, 2000년 현대 유니콘스가 기록한 91승을 뛰어넘었다. 133경기 체제에서 91승을 한 현대가 더 뛰어난 팀이라고 볼 수 있지만 최다승이란 기록 자체가 의미가 있다. 물론 135경기로 시즌을 치렀다면 달성할 수 없었던 기록이다.
삼성은 이미 5강 탈락을 확정했고, 두산은 이미 정규시즌 우승을 이뤘다. 그러나 이런 기록들이 남아 계속 팬들의 성원을 받을 수 있었고, 야구계에이슈를 양산했다.
144경기. 분명 선수들은 힘들지만 더 많은 팬들이 야구를 즐질 수 있게 됐고, 기록 또한 풍성해지는 효과를 보고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