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손흥민(토트넘)은 불타오르고 있다. 올 시즌 6경기를 뛰었다.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이제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의 차례다. 슈틸리케호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경기를 앞두고 있다. 6일 수원에서 카타르와의 홈경기, 11일 이란 테헤란에서 이란과 원정경기를 치른다. 현재 한국은 1승1무(승점4)로 3위에 올라있다. 이번 2연전은 중요하다. 2연전 결과에 따라 슈틸리케호가 걸어야할 길이 비단길과 가시밭길로 나뉜다.
관건은 '불타오르는 손흥민'극대화다. 슈틸리케 감독은 3일 대표팀 훈련에 앞서 "손흥민이 최근에 좋은 활약을 보인 건 맞다. 몇 달 전만해도 토트넘에서 주전이라고 보기엔 어려웠는데, 지금은 주전 입지를 다졌다. 어제도 영국에서 경기를 뛰고 왔기에 잘 회복시켜야 하겠다. 휴식을 많이 줘서 경기 날 좋은 몸상태를 보여주게 하는 게 우리의 임무"라고 했다.
포지션에 대해서도 살짝 언급했다. "원톱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측면으로 빠져나가는 움직임을 많이 보여줬기에 손흥민은 측면이 더 잘 어울리는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한 그는 "사실 손흥민의 원톱이 토트넘의 장기적인 계획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측면 자원으로 쓸 뜻을 명백하게 밝혔다.
그렇다면 측면 손흥민 극대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올 시즌 손흥민이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5경기에서 그 조건들을 살펴봤다.
▶에릭센 혹은 시소코 스타일의 반대편 윙어
손흥민이 살기 위해서는 반대편인 오른쪽에 나서는 선수가 중요하다. 손흥민과 결이 다르면서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야 한다.
일단 토트넘에서 손흥민은 왼쪽 날개로 5번 출전했다. 손흥민의 강점은 연계 플레이와 간결하면서도 위협적인 드리블 돌파다.
손흥민은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1번, 에릭 라멜라와 2번, 무사 시소코와 2번 호흡을 맞췄다. 다들 손흥민과는 다른 플레이 스타일이었다. 에릭센은 패싱 능력이 좋다. 스토크시티전에서 날카로운 패스로 손흥민의 2골을 모두 도왔다. 시소코는 듬직하다. 파워가 넘친다. 오른쪽에서 볼 키핑에도 능하다. 오른쪽에 시소코가 무게 중심을 잡고 있었기에 손흥민에게 오는 부담이 조금 줄어들었다.
A대표팀에서도 손흥민의 역량을 극대화하려면 에릭센이나 시소코 같은 선수들이 필요하다. 에릭센 유형의 선수들은 넘친다.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이나 이재성 김보경(이상 전북)은 패싱력이 좋다. 시소코처럼 파워로 상대 라인을 깨부수는 선수가 없는 것은 아쉽다.
그래도 라멜라같은 유형의 선수는 없어서 다행이다. 라멜라는 개인기가 뛰어나다. CSKA모스크바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UCL) 경기가 대표적이다. 라멜라는 절묘한 패스로 손흥민의 골을 도왔다. 다만 열정이 지나친 측면이 있다. 욕심이 많다. 혼자 해결하려는 성향에 패싱 타이밍을 놓치곤 한다. 모나코전에서는 그 개인기가 독이 됐다.
▶공간을 만드는 원톱
손흥민의 다른 강점 중 하나는 '공간 점유'다. 스피드를 활용해 상대 수비의 뒷공간을 노린다. 공간을 만들려면 원톱의 역할이 중요하다. 토트넘의 원톱은 해리 케인과 빈센트 얀센이다. 둘 다 공간을 만드는데는 일가견이 있다. 다만 스타일이 다르다.
케인은 활동량과 골결정력이 재산이다. 최전방은 물론이고, 중원에도 자주 내려온다. 여기에 골결정력이 있다. 케인을 막고 있는 수비수로서는 골치가 아프다. 케인이 아래로 내려왔을 때 따라내려가곤 한다. 이 때 공간이 생긴다. 이 공간을 손흥민이 놓치지 않는다. 스토크시티전 첫 골이 이런 과정에서 나왔다.
얀센은 '이타성'으로 공간을 만든다. 최전방에서 몸을 비벼주는 스타일이다. 욕심을 많이 부리지는 않는다. 미들스브러전에서 나온 손흥민의 첫 골이 대표적이다. 얀센은 수비수를 등진채 볼을 관리했다. 그리고 파고드는 손흥민에게 패스를 내주며 골을 도왔다.
슈틸리케호 원톱에도 다양한 카드가 있다. 김신욱은 얀센 스타일이다. 궂은 일을 도맡아 한다. 최전방에서 탁월한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몸을 비빈다. 지동원은 움직임을 중시한다. 활발하게 움직이며 상대 수비를 끌어낸다. 석현준은 김신욱과 지동원의 중간 지점에 있다. 모두 손흥민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자원들이다.
▶뒷공간 사수가 관건
마지막 관건은 손흥민 뒷공간이다. 왼쪽 풀백의 존재가 중요하다. 카타르는 이번 경기에서 선수비 후역습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역습에 자신있다. 세바스찬 소리아(우루과이)를 비롯해 호드리고 바르보사 타바타(브라질) 등 남미에서 귀화한 선수들이 버티고 있다. 소리아는 측면 뒷공간 침투가 능하다. 타바타는 찔러주는 패스가 좋다. 카타르 입장에서는 손흥민의 공격이 위협 요소이자 동시에 기회다. 손흥민이 올라오면 뒷공간이 빌 수 밖에 없다. 이를 역이용하려 들 것이다. 슈틸리케호로서는 손흥민의 뒷공간을 잘 메워주는 것이 과제다.
선덜랜드전이 좋은 본보기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선덜랜드전에서 왼쪽 풀백으로 얀 베르통언을 세웠다. 베르통언은 선덜랜드의 역습을 사전에 잘 차단했다. 베르통언 덕분에 손흥민은 수비에 대한 부담없이 공격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베르통언의 역할을 맡아줄 선수들은 꽤 있다. 우선 장현수(광저우 푸리)가 있다. 장현수는 중앙수비와 측면 수비,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다 볼 수 있다. 수비력이 좋다.
홍 철(수원)도 좋은 카드다. 홍 철은 활동량이 많고 투지가 좋다. 상대팀의 측면 공격수를 물고 늘어지는데 안성맞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