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박한이(37)가 드디어 대기록을 손에 쥐었다. 이정표를 향해 이를 악물고 달려온 지 수개월. 박한이는 지난 4일 대구 LG전에서 1회말 첫타석에서 좌중간 안타를 때려내며 16년 연속 100안타를 달성했다. 양준혁 해설위원의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KBO리그 최고기록타이. 이제 내년에도 100안타 이상을 달성하면 신기록을 작성하게 된다. 스스로 "야구인생에 족적 하나는 남기고 싶다"고 했는데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게 됐다.
박한이의 기록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그의 땀과 열정 뿐만 아니라 세가지 장벽, 부상-슬럼프-부담감을 모두 뛰어넘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박한이는 올해 개인통산 2000안타를 넘어섰다. 모두가 인정하는 스타플레이어지만 16년 연속 100안타 기록에 스스로 큰 의미를 부여해왔다. '꾸준하다'는 평가를 늘 듣고 싶어했던 그다. 16년이라는 세월을 한결같이 활약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프지 않아야 하고, 실력이 달려 후배들에게 밀려나면 그것으로 기록은 스톱이다.
더욱이 올해는 만만찮은 악재가 있었다. 박한이는 지난 4월 왼무릎 연골수술을 했다. 심각한 수술은 아니지만 몸에 메스(관절경)를 대면 회복기간, 컨디션 저하는 불가피하다. 두달은 족히 걸릴 것이라고 했는데 박한이는 재활을 서둘렀다. 한달쯤 지나자 배팅을 하고 가벼운 러닝을 했다. 33일만에 1군에 합류한 기적같은 재활 원동력은 강한 의지였다. 연속 기록을 깨고 싶지 않았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9월초만 해도 걱정이 많았다. 당시 1경기 1안타 이상을 때려야만 100안타가 가능했다. 류 감독은 "박한이가 몰아치기 능력이 있는 선수여서 달성 가능성이 높지만 무릎이 걱정이다. 지금은 강한 동기부여로 통증을 참고 뛰지만 혹시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결국 베테랑 박한이의 노련한 자기관리와 몸상태 체크능력을 믿고 기용을 밀어붙였다.
박한이는 최근 8경기 연속안타(이 기간 5경기에서 멀티안타)를 기록하며 올시즌 3경기를 남겨둔 상태에서 시즌 101안타를 찍었다.
박한이의 대기록 달성 뒤에는 류 감독의 의연한 기용법이 있었다. 류 감독은 선수단 형평성, 팀전력 등을 손상시키지 않는 선에서 박한이의 기록도전을 묵묵히 응원했다. 류 감독은 4일 LG전에 앞서 "기록을 달성한다고 해도 박한이를 교체하지 않겠다. 허리가 좋지 않은데도 지금까지 열심히 뛰었다. 선수는 기록만 위해 뛰는 것은 아니다. 이기기 위해서 뛴다. 그렇기 때문에 기록을 세웠다고 바로 교체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박한이는 100안타에 이어 101안타도 때렸다. 이날 삼성은 LG에 5대4로 승리했다.
야구기록 종류는 많다. 희귀한 기록, 대단한 기록, 놀라운 기록, 믿기지 않는 기록, 앞으로 깨지지 힘든 기록 등등. 박한이의 기록은 세월과 노력, 의지가 만든 '의미있는' 기록이다. 담긴 내용만큼이나 담은 그릇이 아름다운 기록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