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 찰스 로드와 '만수' 유재학 감독의 만남. 우려보다 일단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로드는 1~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6 아시아 프로농구 챔피언십에서 사흘 내내 골밑을 굳건히 지켰다. 두 차례 테크니컬 파울을 받기도 했으나 가장 많은 득점과 리바운드를 책임졌다. 특유의 탄력을 앞세운 리바운드와 블록슛은 여전했다. 대회 MVP에 오른 안드레 에밋(전주 KCC)못지 않은 활약이었다.
첫 날인 1일 웰링턴(뉴질랜드)과의 경기에서는 22분29초를 뛰며 20득점 6리바운드 4블록슛을 기록했다. 다음날 전주 KCC와의 경기에서는 24득점 14리바운드 1블록슛 2어시스트였다. 그는 마지막 날에도 중국의 쓰촨을 상대로 37분35초를 뛰며 26득점에 13리바운드 3블록슛으로 활약했다. NBA 출신 마이클 해리스가 막아서자 자신 있게 포스트업하며 손 쉽게 득점을 쌓았다.
흥미로운 부분은 유재학 감독의 반응이었다. 때론 강한 질책을, 때론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로드는 순한 양이 됐고, 결국 모비스가 우승 상금 3만달러(약 3300만원)를 받게 됐다.
전지훈련의 효과인 듯 했다. 로드는 지난달 6일 일본 가와사키 연습경기에 앞서 지각을 해 게임을 뛰지 못했다. 단 10분 늦었지만, 유재학 감독은 벤치에만 대기시키며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유 감독은 "작은 실수처럼 보일 수 있어도 팀플레이를 하는 사람이면 동료들의 시간을 빼앗은데 대해 미안해 할줄 알아야 한다. 이건 문화 차이와는 다르다. 평소 생활태도나 훈련태도에 아무 이상이 없었던 선수면 모르겠지만 로드는 다른 경우다. 이런 식으로 7개월을 버틸 순 없은 노릇"이라고 했다.
결국 이 사건은 로드가 유재학 감독, 선수단에게 정중하게 사과하며 일단락됐다. 10분 지각에 퇴출 얘기까지 나오자 로드 입장에서도 덜컥 겁이 났을 것이다. 그는 인처 전자랜드와 부산 KT, KGC 인삼공사시절 통제가 잘 되지 않은 '악동'으로 유명했으나 모비스 분위기는 확실히 달랐다. 유 감독은 외국인 선수에게 끌려다니지 않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전지훈련을 마치자마자 치른 아시아 챔피언십. 로드가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외곽슛을 남발하지도 팀 분위기를 헤치는 행동도 없었다. 2년 연속 이 대회를 제패한 모비스는 새 외국인 선수 네이트 밀러의 활약이 인상적이었으나 그보다는 확실히 무게 중심을 잡아준 로드의 든든함이 컸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