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박소담이 '충무로 블루칩' 자존심 회복에 성공했다.
박소담은 영화 '경성학교', '검은사제들' 등에서 강한 개성을 뽐내며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배우로 떠올랐다. 독특한 페이스와 가녀린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는 다른 배우들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지점이었다. 덕분에 박소담은 신예임에도 tvN 금토극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들(이하 신네기)'과 KBS2 '뷰티풀 마인드'에 여주인공으로 발탁되는 파격 행보를 밟았다. 하지만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의외의 시련이 따라왔다. '뷰티풀마인드'가 시청률면에서 참패한 것도 모자라 그 화살이 박소담에게 돌아왔던 것이다. 때아닌 연기력 논란이 불거졌고, 이는 충무로 대세 배우로 인정받았던 박소담에게는 큰 시련이 됐다. 그만큼 '신네기'는 중요한 작품이었다. '신네기'가 사전제작드라마로 '뷰티풀마인드'에 앞서 촬영을 마치긴 했지만, '뷰티풀마인드' 이후 전파를 탔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 연기력과 스타성을 동시에 입증해야 거품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신네기'는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아니다. 8월 12일 3.5%(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의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2회부터 시청률이 하락세를 탔고, 6회에 3.9%로 반등의 기미를 보이나 싶더니 다시 2%대로 시청률이 추락했다. 이처럼 시청률이나 화제성이 아쉽긴 하지만 '뷰티풀마인드'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뷰티풀마인드'는 웰메이드라 호평받았던 작품이지만, '신네기'는 작품 자체의 클리셰와 완성도에 대한 문제가 지적된다. 그러므로 부진의 이유를 배우에게 돌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번 작품으로 박소담의 스타성을 평가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다만 연기력에 대한 부분을 논할 수 있겠는데, 연기력 논란에서는 확실히 벗어난 듯 하다.
'신네기'는 하늘 그룹 3명의 사촌 형제들이 살고 있는 대저택 하늘집에 입성하게 된 은하은이 통제 불가능한 재벌 3세들과 위험한 동거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청춘 로맨스물이다. 백묘 작가의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했으며 민지은 원영실 작가가 극본을, 권혁찬PD가 연출을 맡았다.
박소담이 연기한 은하은 캐릭터는 21세기 신데렐라다. 열 살 때 엄마와 사별하고 난뒤 엄마의 불륜을 의심한 아빠는 은하원이 자신의 친딸이 아닐거라 확신, 마음을 주지 않았다. 새엄마와 의붓언니는 돌아서면 구박과 핍박을 일삼는 탓에 힘겹게 살아왔다. 갖은 역경에도 엄마처럼 선생님이 될 거란 꿈을 갖고 씩씩하게 살아왔지만 결국 집에서도 쫓겨나고, 3개월 안에 하늘그룹 사촌 삼형제를 인간으로 만들라는 특명을 받고 하늘집에 입성하는 캐릭터다.
캐릭터 설정 자체가 억지스럽기도 하고, '꽃보다 남자'의 금잔디를 연상시킬 정도로 올드해 큰 기대는 없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박소담은 의외의 매력을 뿜어냈다.
일단 케미가 좋았다. 러브라인의 주축이 됐던 강지운(정일우)은 물론 강현민(안재현) 강서우(이정신, 씨엔블루)와도 알콩달콩한 케미를 뽐내며 귀여운 모습을 보였다. 특히 안재현과는 정일우와의 러브라인에 못지 않은 달달한 모습을 보여 또다른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는 한 명의 여자에게 빠져드는 재벌집 자제들의 이야기라는 말도 안될 만큼 식상한 클리셰에도 활력을 불어넣어 줬다.
전작 '뷰티풀마인드'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표정 연기 또한 자연스러웠다. 아기자기한 연애 행각부터 애달픈 감정신까지 물 흐르듯 연결해나가며 부실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특유의 햄토리 표정 역시 귀여움을 배가시키며 매력을 잘 살려냈다.
각종 논란을 딛고 자존심을 회복한 충무로 블루칩의 행보가 주목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