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왜 '꽃보다 남자'가 되지 못했을까.
tvN 금토극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들(이하 신네기)'가 1일 밤 최종회 방송을 남겨두고 있다. '신네기'는 평범한 여자 은하원이 재벌 3세 사촌형제들을 인간 만들라는 특명을 받고 대저택 하늘집에 입성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인터넷 소설 작가 백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으며 민지은 원영실 작가가 극본을, 권혁찬PD가 연출을 맡았다.
작품은 여러모로 화제를 모았다. 100% 사전제작 드라마인데다 정일우 안재현 이정신 최민 등 대한민국 대표 꽃미남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 했고, 충무로 블루칩 박소담까지 가세해 기세등등하게 첫 출발을 알렸다. 평범한 여자와 재벌가 자제 4명의 로맨스라는 점에서 2009년 방송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KBS2 '꽃보다 남자'의 계보를 이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 기대를 입증하듯 8월 12일 첫 방송 시청률은 3.5%(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에 달했다. 케이블 드라마로는 꽤 기분 좋은 출발이었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첫 방송이후 시청률이 뚝 떨어지더니 2%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방송 시작전의 분위기에 비해 아쉬운 성적이다.
하지만 모든 실패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신네기'의 경우 배우들의 연기력은 둘째치고 작품 자체의 결함이 많이 지적된다.
첫번째 패인은 지나친 오글거림과 클리셰다. 평범한 여자를 둘러싼 완벽남들의 로맨스라는 구조 자체가 사실 오글거리는 설정이긴 하다. 하지만 이 뻔한 이야기는 언제나 판타지를 꿈꾸는 여성들의 마음을 저격하는데 성공했고, 쏠쏠한 성공도 가져다줬다. 그런데 '신네기'는 여기에 인터넷 소설 특유의 유치함까지 섞어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오글거림의 한계수용치를 넘겨버렸다.
작품 자체가 신선했다면 이 오글거림도 병맛 코드로 승화될 수 있었을텐데 아쉽게도 '신네기'는 온갖 클리셰로 범벅이 된 작품이었다. 여주인공 은하원 캐릭터는 아예 대놓고 21세기 신데렐라를 표방하고 있었고, 그를 둘러싼 네 남자. 강선우(정일우) 강서우(이정신) 강현민(안재현) 이윤성(최민)의 캐릭터도 이제까지 봐왔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마음의 상처로 좋아하는 감정을 드러낼 수 없었던 젠틀남(강현민), 한없이 다정한 남자(강서우), 까칠하고 도도한 반항아(강선우), 속을 알 수 없는 강직한 카리스마형 캐릭터(이윤성)라는 구조였다. 여기에 사사건건 연적 관계가 되고야 마는 박혜지(손나은, 에이핑크)의 존재까지. 신선함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는 드라마가 탄생했다.
두번째 패인은 러브라인이 제대로 살아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로맨틱 코미디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개연성도, 클리셰도, 참신함도 아니다. 그저 남녀주인공의 로맨스가 살아나기만 하면 시청자에게 어필할 수 있다. 실제로 '꽃보다 남자'는 '신네기'처럼 재벌 2세 4명과 평범한 여자의 로맨스를 그린 전형적인 클리셰 드라마였지만, 구준표와 금잔디의 러브라인이 탄력받으면서 역대급 흥행을 기록할 수 있었다.
반면 '신네기'는 이 부분에 실패했다. 일단 러브라인의 중심축이 흔들렸다. 강현민과 은하원 캐릭터의 '썸'과 박혜지의 등장으로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은하원을 지나치게 수동적인 캐릭터로 고정시키는 한편 박혜지 캐릭터와 남자주인공들의 러브라인에 대한 비중을 높이면서 러브라인의 중심 자체가 무너진 것이다. 정작 여주인공은 적극적인 입장 표명 한번 못하고 갈피를 못 잡고 있고, 서브 여주인공이 사이다 고백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묘한 풍경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는 남자주인공 캐릭터가 직진 로맨스로 무게감을 더해줘야 하는데 이마저도 실패했다. 강선우도, 강현민도 은하원에게 마음을 고백했다가 박혜지에게 끌렸다가 갈팡질팡 로맨스를 보였다. 회마다 남녀주인공의 감정선이 바뀌는, 이렇게 줏대없는 러브라인도 오랜만이다.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감정선이 깊어지고 러브라인도 탄력을 받아야 하는데 '신네기'는 오히려 갈수록 정체기를 맞으면서 시청자를 붙드는데 실패했다.
이런 이유로 '신네기'는 유사점을 정말 많이 갖고 있었던 '꽃보다 남자'와 같은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다만 배우들은 남을 듯하다. '블러드'를 비롯해 출연작마다 발연기 논란에 시달렸던 안재현은 과거의 오명을 어느 정도 씻어냈고, 연기력 논란으로 체면을 구겼던 박소담도 충무로 기대주로서의 진가를 발휘했다. 손나은 역시 전작과 달리 확실한 존재감을 뽐내 눈도장을 찍었고 정일우 또한 오랜만의 복귀작에서 여전한 동안 외모와 연기력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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