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양상문 감독은 비디오 판독을 신청해 2사 3루 상황을 2사 1루로 되돌렸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열린 30일 잠실구장. 3-5로 밀리던 LG는 9회말 1사 후 양석환이 안타로 출루하며 추격 찬스를 잡았다. 이어 등장한 유강남이 헛스윙 삼진을 당하는 듯 했지만, SK 포수가 공을 잡지 못하며 공이 뒤로 빠졌고, 유강남이 1루까지 전력질주해 스트라이크 낫아웃이 돼 1사 1, 3루 찬스가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유강남은 그대로 삼진 아웃. 1사 상황 주자가 1루에 있었기 때문에 낫아웃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다. 포수의 포구 여부를 떠나 무조건 삼진. 이를 착각한 유강남이 일단 1루까지 열심히 뛰었다.
그런데 양상문 감독이 이 상황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판독 결과 유강남은 삼진이고, 3루까지 간 양석환이 1루로 돌아와야 했다. 유강남이 헛스윙을 하는 과정에, 그의 발등에 공이 맞고 포수 뒤로 흘렀다. 만약, 헛스윙만 하고 공이 몸에 맞지 않았다면 주자가 3루까지 갈 수 있었다. 인플레이 상황이기 때문. 그러나 선수의 몸에 맞으면 볼 데드 상황이 되기에 규정상 주자가 다시 되돌아와야 한다. 만약, SK쪽에서 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양석환은 그대로 3루에 살아있을 수 있었다. 비디오 판독을 하지 않았다면 2사 3루가 됐을 상황인데, 괜한 판독 신청으로 2사 1루가 돼 의아함이 생길 수 있었다. 주자가 1루에 있고, 3루에 있고는 득점 확률에 있어 큰 차이가 난다.
그러나 이는 양 감독의 실수가 아니었다. 의도된 판독 신청이었다. 양 감독은 이 장면에서 파울이 아니냐는 판독 신청을 했다. 이게 파울이 돼야 1사 1루 상황에서 유강남이 다시 공격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 김광현의 구위가 워낙 좋은 가운데, 유강남이 삼진 처리되면 2사 상황서 주자가 어디에 있든 2점차를 극복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장타력이 있는 유강남이 어떻게라도 공격 기회를 더 갖는게 LG에는 유리할 수 있었다. 단, 공이 땅에 아닌 유강남의 스파이크에 맞으며 양 감독을 헷갈리게 한 부분은 있다. 그 소리가 흡사 공이 배트에 맞는 소리처럼 덕아웃에서 들린 것. 그라운드에 있던 상대 투-포수들도 이 상황을 눈으로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가운데, 덕아웃에 있는 감독들이 이를 정확히 캐치하기는 힘든 부분이었다. 양 감독 뿐 아니라 SK 김용희 감독 역시 등을 돌리고 서있는 유강남을 보며, 그의 발등에 공이 맞았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찌됐든, 상황만 봤을 때는 양 감독이 어이없는 비디오 판독 신청을 한 듯하게 보였다. 그러나 상황 파악을 해보면 LG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파울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