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인왕이 유력한 선수는 넥센 히어로즈 투수 신재영(27)이다. 프로 1년 차를 뜻하는 '순수 신인'은 아니다.
신재영은 지난 2012년 NC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단했다. 이후 팀을 옮기면서 1군 무대는 올해 처음 밟았다. 신인왕 요건에는 부합한다. 리그 규정상 입단 5년 이내, 60타석 미만(야수), 30이닝 미만(투수)을 기록한 선수는 신인왕 경쟁에 뛰어들 자격이 된다. 이 조건에 부합하면 규정 이닝, 타석을 채우지 않더라도 경쟁자 중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면 수상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신재영처럼 최근 신인왕 수상자는 대부분 '순수 신인'이 아닌 '중고 신인'이었다.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를 갓 졸업한 선수가 입단 첫해 신인왕을 수상한 것은 2006년 류현진(한화)이후 2007년 임태훈(전 두산)이 마지막이다. 역대 최고령인 08년 신인왕 최형우(삼성)는 7년 차(군 복무 제외한 6년 차로 인정받아 당시 기준 부합)였고, 12년 신인왕 서건창(넥센)은 5년 차, 14년 신인왕 박민우(NC)는 3년 차였다. 지난해 신인왕 구자욱(삼성)도 입단은 2012년이다.
굳이 신인왕까지 가지 않아도, 순수 신인을 1군에서 볼 기회 자체가 줄었다. 올해 입단한 10개 구단 신인 중 1군에 이름을 약간이나마 알린 선수는 박준영(NC), 정수민(NC), 조수행(두산), 나경민(롯데) 정도다. 나머지 선수들은 콜업 기회도 자주 얻지 못했다. 왜 그럴까?
◇1군 주전, 뚫기가 힘들다
메이저리그 진출 기회가 더 늘어나면서 특A급 선수들의 유출이 있지만, 여전히 신인들이 1군 주전 멤버가 되기는 어렵다. 어린 투수들은 베테랑 타자들의 노련함을 당해내기 쉽지 않다. 기존 투수들도 타자들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데 경험이 적은 선수들은 자리를 잡기가 더 힘들다.
1군 등록이 되기 어려운 것은 타자들도 마찬가지. FA 등으로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자기 관리 열풍이 불었다. 자연히 선수 생명도 늘어났다. 10여 년 전만 해도 40대 선수를 찾기가 어려웠지만, 이제는 40살이 넘어도 충분히 현역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1군 코칭스태프도 멀리 내다보고 키우는 데 주력한다. 1군 경험치를 먹이며 키우는 것보다 2군에서 충분히 가꿔진 후 완성품을 내놓는 게 낫다는 판단. A 구단 감독은 "두산 김재환, 박건우를 보라. 2군에서 7년, 8년씩 걸린 선수들이다. 좋은 선수일수록 시간을 길게 들여 성장하게 하는 게 더 좋다"고 의견을 밝혔다.
◇기초가 부족해?
신인들의 상태를 처음 살핀 감독, 코치들은 입을 모아 "근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보통 1군 코칭스태프는 가을 마무리캠프에서 신인 선수들을 처음 본다. 체력 테스트부터 시작해 기초적인 부분을 점검하는데 대부분 의견은 같았다. "수십 년 전 신인들보다 오히려 근력이 더 부족한 것 같다"는 이야기다.
아마추어 때의 교육 방식과도 연관이 있다. 당장의 성적을 내는데 급하다 보니 잔기술에만 치중하도록 가르치는 아마추어 지도자들이 있다. 이는 야구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구기 종목의 B 감독은 "우리가 어릴 때는 학교 운동부 감독님들이 대부분 선수 출신이 아닌, 할아버지 감독님들이셨다. 그런데 오히려 기본기나 체력 훈련은 더 탄탄하게 가르쳤다. 어린 선수들에게 기술은 중요하지 않다. 기본기가 잘 만들어져있어야 프로에 와서 기술을 배워 발전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한마디 보탰다.
오자마자 수술대에 눕는 투수들도 힘 빠지게 하는 요소다. 각 구단 1~2차 지명으로 입단하는 투수들 중 다수가 입단 직후 팔꿈치 수술을 받는다. 재활에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가까이 소요된다. 구단이 빠른 결단을 내려 공익 등 군 문제까지 해결하고 나면 20살에 입단한 선수가 20대 중반이 돼야 실전에 나설 준비가 된다. 물론 수술 이후 성공하지 못하고 묻히는 경우도 있다.
프로 지명을 받는 선수들은 아마추어 때 대부분 학교를 대표하는 '에이스'다. 아마추어의 열악한 선수층 때문에 이 선수들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팀과 개인 성적을 쫓다 보면 자연스레 혹사가 누적된다.
앞으로도 몇 년 동안은 순수 신인왕을 보기 어려울 수 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간극이 커질수록 확률은 희박해진다. 다만 아마추어에서부터 건강한 기초가 다져질 때, 그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