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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터졌다' 웬만하면 손흥민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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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성스럽기로 유난한 영국 언론이지만, 적응이 되지 않을 정도로 '손샤인' 손흥민(토트넘)에 대한 '칭찬 릴레이'가 이어졌다.

영국 일간지 더선은 27일(이하 한국시각) '손흥민이 현재 유럽 최고의 선수인 7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놨다. 후스코어드닷컴 평점 1위, 폭발적인 슈팅수, 탁월한 도움 능력 등을 이유로 꼽았다.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팀 동료 얀 베르통언, 토비 알더베이럴트의 인터뷰를 실어 손흥민을 평가했다. 베르통언과 알더베이럴트 모두 "팀 훈련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이던 손흥민의 지금 활약은 놀랍지 않다. 자신감을 더한 그는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손흥민을 평가하는 지표도 달라졌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27일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6주차 파워랭킹을 공개했다. 손흥민은 단숨에 2위로 뛰어올랐다. 24일 미들즈브러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6라운드에서 또 다시 멀티골을 쏘아올린 손흥민은 1만2006점을 획득하며 지난 주 13위에서 11계단 상승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1위는 맨시티의 케빈 더 브라이너(1만2321점)이다. 손흥민 아래로는 알렉시스 산체스(아스널), 라힘 스털링(맨시티),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맨유) 등 내로라 하는 스타들이 자리해있었다. 영국 축구 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이 같은날 발표한 EPL 이주의 팀에서도 손흥민은 10점 만점으로 '이주의 선수'가 됐다. 손흥민과 함께 선정된 베스트11 중 9점을 넘는 선수도 없었다. 그만큼 압도적인 활약이었다.

기대치는 곧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28일 러시아 모스크바 아레나CSKA에서 열린 CSKA모스크바와의 2016~2017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E조 조별리그 2차전(1대0 토트넘 승)을 앞두고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선수는 단연 손흥민이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부터 "손흥민을 최전방에 올릴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영국 언론도 '해리 케인이 없는 지금, 결국 가장 뜨거운 손흥민이 터져야 토트넘이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1차전에서 AS모나코에 무너진 토트넘 입장에서는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경기였다. 이래저래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경기였다.

CSKA모스크바는 작정하고 나온 모습이었다. 포백 앞에 이중으로 벽을 쳤다. 그 중 가장 경계대상은 손흥민이었다. 왼쪽에 포진한 손흥민이 볼을 잡을때마다 두명, 세명이 막아섰다. 원정경기, 그것도 단단한 수비로 정평이 나있는 CSKA모스크바를 넘기란 쉽지 않았다. 손흥민은 전반 내내 이렇다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후반 들어 변화를 줬다. 지난 시즌 같았으면 변화 대신 교체 아웃을 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골행진은 포체티노 감독에게 믿음을 심어줬다. 왼쪽에서 고전하던 손흥민의 위치를 오른쪽으로 바꿨다. 이 선택은 결국 신의 한수가 됐다. 손흥민은 오른쪽에서 한층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다. 부지런히 슈팅을 날리던 손흥민은 기어이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후반 25분 에릭 라멜라의 패스를 받아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이고르 아킨페예프 골키퍼를 넘었다. 아킨페예프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에서 이근호의 슈팅을 막아내지 못한 바로 그 골키퍼다.

손흥민은 이 골로 새로운 역사를 썼다. 토트넘 이적 후 UCL에서 터진 첫 골로 UCL 통산 6호골을 성공시켰다. 박지성이 갖고 있던 한국인 UCL 최다골(5골) 기록을 넘었다. 최근 5경기 5골. 토트넘은 손흥민의 결승골로 또 한번 승리를 차지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이 불타오르고 있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유럽축구연맹(UEFA)는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은 토트넘의 활력소"라며 "포체티노 감독이 출전명단을 작성할때 가장 먼저 적는 선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손흥민도 최근의 활약에 만족감을 보였다. 그는 "최근 많은 골이 터져서 행복하다. 힘든 원정에서 최선을 다했다. 승리해서 기쁘다"고 했다.

악명 높은 러시아 원정, 상대의 집요한 집중수비, 여기에 계속된 활약에 따른 주변의 높은 기대감까지…. 손흥민 입장에서는 넘어야할 벽이 한둘이 아니었다. 반드시 승점 3점이 필요한 경기, 골을 넣어줄 선수가 필요했다. 모두가 손흥민을 떠올린 순간, 손흥민이 또 한번 골을 만들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득점할 수 있는 선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선수, 그게 바로 에이스다. 손흥민은 리그를 넘어 UCL에서도 에이스의 품격을 보여줬다. 지금 웬만해서는 손흥민을 막을 수 없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