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KA모스크바의 수비는 스토크시티, 선덜랜드, 미들즈브러와 달랐다.
견고했고, 터프했다. 한명을 뚫으면 다른 한명이 나타났고, 슈팅을 날리면 몸을 날려 막아냈다.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대단했다.
손흥민의 플레이도 지난 경기만큼은 아니었다.
드리블에서 날카로움이 떨어졌다. 슈팅은 번번이 상대 수비에 막혔다. 킥 감각도 그렇게 예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끝내 결승골을 넣었다.
손흥민은 28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의 아레나 CSKA에서 열린 CSKA모스크바와의 2016~2017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E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후반 25분 결승골을 넣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골을 앞세워 1대0 승리를 거뒀다. 24일 미들즈브러와의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멀티골에 이어 2경기 연속골이었다. 토트넘 이적 후 유럽챔피언스리그 첫 골이자 박지성이 갖고 있던 한국인 유럽챔피언스리그 최다골(5골) 기록을 넘는 손흥민의 여섯번째 유럽챔피언스리그 골이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원톱으로 기용할 수 있다던 기자회견과 달리 손흥민을 왼쪽 날개로 투입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이렇다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상대는 에이스로 떠오른 손흥민을 집중마크했다. 후반 들어 포체티노 감독의 용병술이 빛났다. 에릭 라멜라를 왼쪽으로, 손흥민을 오른쪽으로 기용했다. 자리가 바뀐 손흥민은 한층 적극적으로 변했다. 기회가 생길때마다 과감히 왼발 슈팅을 날렸다. 침투 횟수도 늘어났다. 결국 골까지 넣었다. 25분 에릭 라멜라의 스루패스를 받아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이고르 아킨피에프 골키퍼를 뚫어냈다.
악명 높은 러시아 원정, 썩 좋지 않은 컨디션, 최근에 계속된 경기로 인한 피로도까지 손흥민 입장에서는 넘어야할 악재가 한둘이 아니었다. 소속팀 토트넘 입장에서는 반드시 승점 3점이 필요한 경기. 골을 넣어줄 선수가 필요했다. 모두가 손흥민을 떠오른 순간, 손흥민이 또 한번 골을 만들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득점할 수 있는 능력,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능력, 그게 바로 에이스다. CSKA모스크바전은 에이스로 변신한 손흥민의 품격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경기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