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하룻만에 한화에 앙갚음을 했다. 두산은 전날(27일) 니퍼트를 선발로 내보내고도 9회 2사후 주자없는 상황에서 홍상삼이 와르르 무너지며 3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한화 9대8 승). 28일 두산 선수들에게서는 전날 대역전패 후유증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두산은 마운드 우위를 바탕으로 4회 5점, 5회 1점, 6회 3점, 7회 2점을 기록하며 12대3으로 대승을 거뒀다.
두산 선발 보우덴은 5이닝 동안 75개의 볼을 뿌리며 3안타 2실점으로 18승째(7패)를 따냈다. 최근 6연승, 한화를 상대로는 4연승을 기록해 '이글스 천적'임을 재입증했다. 한화를 상대로는 4차례 선발등판에서 모두 승을 따냈다. 두산은 91승째(48패)를 채우며 한시즌 최다승 타이(2000년 현대)를 기록했다. 현대는 133경기 체제에서 세운 기록이다.
경기초반은 두산 선발 보우덴과 한화 선발 장민재의 팽팽한 투수전이었다. 3회까지 양팀 선발은 순항했다. 4회초 2사 뒤 장민재가 먼저 흔들렸다. 지난 24일 잠실 LG전에서 중간계투로 2⅓이닝을 던진 뒤 4일만에 마운드에 오른 장민재는 초반엔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4회 2사후 4번 김재환을 풀카운트 승부끝에 볼넷으로 출루시킨 것이 화근이었다. 이후 에반스 볼넷, 이원석의 우익선상 1타점 2루타, 오재원에게 2타점 적시타, 8번 박세혁에게 투런홈런을 내줬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5-0이 됐다. 잘 던지던 보우덴도 4회 흔들렸지만 무릎을 꿇진 않았다. 4회 2사후 3번 송광민과 4번 김태균에게 연속타자 홈런을 허용했다. 보우덴은 5회를 채우고 내려갔고, 장민재는 4이닝 5실점 패전멍에를 썼다.
두산은 한화가 따라붙자 5회초 박건우의 솔로포로 추가점을 올리고, 6회초 4안타와 희생플라이를 묶어 3점을 더 달아났다. 7회초 오재원의 1타점 적시타와 김재호의 희생플라이는 굳히기였다. 박건우는 홈런 포함 5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박건우는 "타격감이 안 좋다가 오늘 살아나서 기분이 좋다. 팀홈런 최고기록이 되는 홈런을 운좋게 때렸다. 개인적으로 영광이다. 올해 개인욕심은 없다. 특히 20홈런은 의식하지 않는다. 홈런타자가 아니기 때문에 의식하다보면 한국시리즈서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해 개인적인 목표는 다 이뤘다"고 말했다. 또 "올해 (김)현수형의 공백을 주위에서 많이 우려해서인지 더 절실한 마음에서 야구를 했다. 부모님이 뒷바라지 하시면서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다. 예전엔 내가 야구를 못해 야구 얘기를 안꺼내셨는데 요즘은 자랑스러워하신다. 늘 믿고 기다려주신 팬분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김태형 감독은 "정규리그 1위 결정은 났지만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제 페이스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 고무적이다. (오)재원이과 (김)재호가 야수들을 잘 이끌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은 박세혁, 박건우의 홈런으로 팀홈런 178개를 기록했다. SK(177홈런)를 제치고 팀홈런 1위가 됐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팀의 팀홈런 1위는 1995년 OB(현 두산) 이후 21년만의 도전이다. 두산 타자들은 너도나도 개인최다홈런을 경신하고 있다. 5개 이상의 홈런을 때린 선수 중 개인최다 기록경신은 외국인타자 에반스를 포함해 모두 8명이다. 김재호(6홈런) 김재환(36홈런) 민병헌(16홈런) 박건우(19홈런) 양의지(22홈런) 에반스(23홈런, 외국인타자 첫 해) 오재일(26홈런) 허경민(7홈런) 등이다.
두산은 한시즌 최다 선발승신기록도 달성했다. 올시즌 75차례 선발승으로 2000년 현대(74승)를 뛰어 넘어섰다. 두산은 니퍼트가 21승, 보우덴 18승, 유희관 15승, 장원준 15승 등 4명의 선발이 15승 이상을 기록했다.
한화 김태균은 이날 20홈런을 달성하며 2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했다. 또 7회 중전안타로 올시즌 297차례 출루로 KBO리그 신기록을 만들었다. 종전기록은 지난해 테임즈로 296출루였다. 김태균은 올시즌 내내 대단한 '출루 본능'을 과시하고 있다. 김태균은 전날까지 4할7푼4리의 출루율로 삼성 최형우(0.462)를 따돌리고 이 부문 부동의 1위를 질주중이다. 대전=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