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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벤치는 왜 9회 2사후 홍상삼을 올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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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선두 두산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끝내기 패를 당했다. 니퍼트의 외국인 최다승 타이(22승), 팀의 한시즌 최다승 타이(91승) 등 여러가지가 걸려있는 경기였다. 어렵사리 리드를 지켜갔던 경기는 8회초 두산이 2점을 더하며 8-5 리드. 9회 마운드에 오른 이현승은 한화 타선을 무리없이 마무리할 태세였다. 2사 주자없는 상황. 두산 김태형 감독은 홍상삼을 불렀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남은 경기가 얼마없는 상황(앞으로 5경기)에서 투수들을 적절하게 쉬게하고, 또 적절하게 경기감각을 유지시켜야 한다. 홍상삼은 경찰청에서 복무를 마친 뒤 이달초 팀에 합류했다. 전날까지 7경기를 던졌다. 포스트시즌에 필요한 전력이라는 판단하에 좀더 다양한 상황에서 던질 기회를 줘야 했다.

김태형 감독은 이날 경기전 니퍼트의 투구수를 80개 전후로 맞출 것이라고 했다. 무리시킬 이유가 없다는 뜻이었다. 니퍼트는 5이닝 동안 89개의 볼을 던진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시즌 마지막 경기에는 이닝당 1명씩의 투수를 올릴 생각도 있다고 했다. 철저하게 모든 것은 포스트시즌에 맞춰진 상태였다.

하지만 홍상삼은 너무나 많이 흔들렸다. 안타-볼넷-볼넷-볼넷-볼넷으로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정신없이 무너졌다. 스코어는 8-7로 쫓기게 됐다. 두산 벤치는 홍상삼을 내리고 김성배를 급히 마운드에 올렸지만 불타오른 한화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끄지 못했다. 2사만루 타석에서 한화 5번 오선진이 끝내기 중전안타를 때려냈다. 한화의 9대8, 믿기힘든 끝내기 승리. 올시즌 32번째 끝내기안타(통산 985호), 오선진 개인으로는 첫번째, 한화의 올시즌 5번째 끝내기 안타였다. 한화는 홈경기 5연패를 끊었다.

마지막 투수교체의 대가는 참혹했다. 설마 설마했는데 역전을 허용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니퍼트는 시즌 22승 도전, 최근 9연승 도전, 역대 외국인투수 최다승 타이 도전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두산은 역대 최다승 타이(91승) 목전에서 무릎을 꿇었다.

경기 중반까지는 두산 페이스였다. 이미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은 마음 편한 두산과 5강 합류에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는 조급한 한화의 대결. 잡으려 다가가는 한화에 '미운 그대' 두산은 야속하게도 달아났다. 한화가 반발짝 다가서면, 두산은 두세 걸음 달아났다.

기선제압은 두산 몫이었다. 2회 7번 이원석이 선제 좌월 3점홈런을 터뜨렸다. 상무에서 복귀한 이원석은 2경기 연속홈런으로 시즌 막판 두산 타선에 힘과 팀내경쟁을 더하고 있다. 두산은 이후 1사만루에서 2번 최주환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4-0까지 달아났다.

한화는 2회 김회성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따라붙고, 4회 9번 허도환의 2타점 적시타로 4-3을 만들었다. 한화가 추격하자 두산은 다시 힘을 냈다. 6회 1사 2루에서 2번 대타 김재호의 1타점 2루타로 5-3으로 달아났다. 또다시 한화의 추격전. 6회말 이성열의 시즌 8호 솔로포로 5-4를 만들었다.

주거니 받거니 이번에도 두산 차례. 7회초 양의지가 좌월 1점홈런으로 6-4로 리드폭을 늘렸다. 두산은 8회 김재호의 1타점 2루타와 오재일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더하며 8-4로 훌쩍 도망갔다. 한화는 8회말 1점을 따라붙었고, 9회 예상치 못한 찬스를 잡았다. 한화는 벼랑끝에서 탈출했다. 대전=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