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 말린스의 에이스 호세 페르난데스(24)의 사망으로 메이저리그와 미국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극적인 쿠바탈출, 유망주, 토미존 수술 회복, 홈에서 더 강했던 선수, 신인상, 두 차례 올스타 선정 등 앞길이 창창한 남자였다.
페르난데스는 25일밤(한국시각), 현지시각 이날 새벽 마이애미 비치에서 보트 사고로 숨졌다. 사망한 세 명중 한명이었다. 둘은 전복된 보트 밑에서 발견됐고, 한명은 물 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셋 모두 구명조끼는 입지 않았다. 마이애미 해안경비대는 "술과 마약의 흔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현지 수사당국은 보트의 과속을 사고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방파제와 부딪힌 스피드가 치명적 사고를 야기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마이애미 구단은 애틀랜타전 취소를 결정했다. 마이애미 구단은 "페르난데스를 잃어 참담하다. 그의 비극적인 죽음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의 가족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돈 매팅리 마이애미 감독은 눈물을 쏟았다. 매팅리 감독은 "호세는 어린아이 같았다. 그와 경기할 때는 늘 즐거웠다. 그는 플레이에 열정이 넘쳤다. 내가 기억하는 그는 그렇다"며 눈물의 기자회견을 했다.
페르난데스는 2011년 드래프트 1라운드 14순위로 마이애미 유니폼을 입었다. 2013시즌에는 12승6패 2.19의 평균자책점으로 내셔널리그 올해의 신인에 선정됐다. 2014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으나 올해 16승8패 2.86의 평균자책점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페르난데스의 삶은 그 자체로 드라마다. 페르난데스는 1992년 7월31일 쿠바 산타 클라라에서 태어났다. 3차례의 쿠바탈출 실패로 감옥에 수감되기도 했던 페르난데스는 야구 재능으로 어렵사리 풀려났고, 2008년 15세 나이로 모친 등 가족 2명과 네번째 탈출을 감행해 미국에 극적으로 도착했다. 2m가 넘는 파도에 목숨을 잃을 뻔 했지만 30m를 헤엄쳐 어머니까지 구해냈다. 페르난데스는 훗날 "나는 수없이 많은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는 말도 했다. 페르난데스는 2015년 미국시민권을 획득했다. 더욱이 여자친구 캐를라 멘도사는 임신중이었다. 조만간 아이(딸)의 아빠가 될 예정이었다.
150㎞대의 빠른볼, 이닝당 10개가 넘는 탈삼진 수, 홈에서 더욱 강했던 선수(홈인 말린스파크에서 29승2패, 평균자책점 1.42). 모든 것을 손에 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천부적 재능의 소유자는 너무도 빨리 하늘로 떠났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