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는 결승전과 다름없다."
사선에 놓인 감독들의 이구동성이었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은 33라운드를 기점으로 두 세상으로 분리된다. 1~6위는 그룹A, 7~12위는 그룹B에 포진한다. 팀당 5경기를 더 치른 후 최종 순위를 가린다. 최종전은 11월 6일 열린다. 그룹A는 우승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티켓, 그룹B는 강등 전쟁이다. 전북, 서울, 울산, 3팀이 그룹A에 올랐다. 24일 수원이 그룹B행을 확정지으며 그룹A의 후보군은 제주, 전남, 성남, 상주, 광주, 5팀으로 추려졌다.
25일 제주와 전남이 나섰다. 제주는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상주와, 전남은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FC와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2라운드를 치렀다. 경기 전 조성환 제주 감독과 노상래 전남 감독의 표정은 절박했다. 조 감독은 "송진형과 오반석이 빠져 최근 경기내용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결과와 내용,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문제가 아니다. 결과가 중요한 시점"이며 "상주도 우리에게 올인할 것이다. 간절함의 차이와 그라운드 상태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노 감독도 "주변에서 상위스플릿행을 두고 말들이 많지만 그저 한경기 한경기에 집중할 뿐"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코치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룹A행을 위해 4번째 도전 중이다. 이전에 3번 실패했으니 3전4기의 마음가짐으로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팀은 33라운드에서 맞대결이 예정돼 있다. 조 감독과 노 감독은 개띠 동갑 절친이다. 친구간 부담되는 벼랑 끝 승부 대신 어떻게든 32라운드에서 상위스플릿행을 확정짓기를 간절히 원했다.
희비가 엇갈렸다. 제주가 4번째 그룹A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제주는 상주를 5대1로 완파했다. 전반 29분 완델손의 골을 시작으로 37분과 45분 마르셀로의 멀티골까지 전반에만 3골을 넣으며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상주는 후반 11분 조영철이 만회골을 넣었지만 23분 권한진, 47분 김호남에게 두 골을 더 허용하며 무너졌다. 승점 46점이 된 제주는 6위 상주와의 승점차를 5점으로 벌리며 그룹A행을 확정지었다. 반면 전남은 수원FC와 0대0으로 비겼다. 수원FC의 막공(막을 수 없는 공격)에 시종 고전하던 전남은 경기 종료 파상 공세를 퍼부었지만 끝내 득점에 실패했다. 아쉽게 승점 1점을 더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이제 나머지 2장의 주인은 마지막 33라운드에서 가려진다. 공교롭게도 41점으로 승점은 같지만 다득점으로 순위를 나눴던 6위 상주(49골), 7위 성남(45골), 8위 광주(36골)가 모두 32라운드에서 패했다. 일단 승점 43점의 전남이 한발 앞서 있는 가운데 다득점에서 우위에 있는 상주가 유리한 구도다. 2일 오후 2시에 일제히 킥오프되는 32라운드에서 전남은 제주를, 상주는 전북을, 성남은 포항을, 광주는 서울을 만난다. 모두 홈경기다. 조건은 같다. 과연 마지막 누가 웃을까. 스플릿 전쟁은 이제 마지막 한 고비 만을 남겨두고 있다.
수원=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