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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딩해야 가을야구 간다. 상위 5개팀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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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지만 '거의' 끝났다. 가을야구의 윤곽이 서서히 가려지고 있다. 우승 매직넘버 1인 두산은 선두를 99.9% 확정지었고, 2위 NC와 3위 넥센도 최종 순위만 달라질 가능성이 존재할 뿐 가을잔치에 합류한다. LG는 최근 10경기에서 9승1패의 놀라운 뒷심을 발휘하며 4위를 거의 굳혀가고 있다. 3연승 KIA(5위)와 8연패 SK(6위), 4연패 한화(7위)는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희비가 엇갈렸다.

올해 상위 5팀의 공통점은 최근 몇년간 지속적인 리빌딩을 했다는 점이다. 팀이 상위권으로 도약하고, 우승에 도전하고, 실제 우승을 하는 사이클은 대동소이하다. 팀전력의 핵심이 될 수있는 선수집단을 형성하고, 경쟁력을 키우고, 약점을 최소화해 경기력을 향상시키면 순위가 올라간다. 최소 3~5년 과정이다. 젊은 선수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장기플랜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각팀이 리빌딩을 하는 첫번째 이유 역시 향후 5년, 10년간 강팀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함이다.

두산은 김태형 감독이 부임하면서 자연스럽게 리빌딩이 됐다. '화수분 야구'를 넘어 올시즌에는 왕조를 구축할 태세다. 김경문 감독은 1군무대 합류 4년만에 NC를 쉽게 지지 않는 팀으로 만들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장기로 치면 '차포마상'을 모두 떼고도 승승장구 하고 있다. 양상문 LG 감독 역시 지난해부터 2년 연속 뚝심있게 팀체질을 개선시켰다. LG는 올시즌 후반기 가장 다이내믹한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기태 감독의 KIA 역시 장기적인 리빌딩을 묵묵히 수행중이다.

상위 5개팀의 리빌딩 과정과 기간, 방법 등은 제각각이다. 공통점은 시야를 좀더 먼 곳에 뒀다는 점이다. 성공적인 리빌딩은 성적이라는 달콤한 열매 외에도 프런트에게는 구단운영에 대한 자신감, 팬들에게는 미래 비전, 사령탑에게는 안정적인 지도역량 토대를 마련케 한다.

두산은 2013시즌이 끝난뒤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을 FA로 보냈다. 당시만해도 팀 근간을 흔든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지난해 팀전력 재편끝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다. 올해는 김현수가 떠났지만 박건우와 오재일이 그 공백을 메우는 등 팀창단 이후 최고전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NC는 신구조화가 가장 완벽한 팀이다. 신생팀의 경험부족을 이호준 손시헌 이종욱 등 베테랑이 메우고 동시에 박민우 나성범 등 신예 선수들이 리그 톱수준으로 성장중이다. 넥센은 따로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박병호 유한준 손승락이 떠나고 조상우 한현희가 수술대에 올라도 대체 선수들로 버티고 있다. 오히려 경기력은 지난해보다 낫다.

리빌딩이라는 단어는 흔히 시즌 공백을 떠올리게 한다. 아직은 기량이 그럭저럭 쓸만한 베테랑급 선수 대신 기량이 무르익지 않은 신진급 선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다보면 단기 경기력에서는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일부 시각. 하지만 건강한 리빌딩은 성적과 팀성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도 있다.

LG의 부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불과 얼마전 양상문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플래카드가 관중석에 나붙었다. 일부 팬들의 의견이었지만 선수단과 프런트는 큰 충격을 받았다. LG는 마무리 임정우를 필두로 채은성 등 젊은 선수들이 파이팅을 불어넣고 있다. 양 감독은 올초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10년후에도 강팀으로 남을 LG를 만들겠다"고 했다. 고집은 얼마전까진 아집으로 평가절하됐지만 이제는 뚝심은 재평가받고 있다. 찬바람이 불고나서야 뒤늦게 빛을 보고 있다.

KIA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큰 욕심없이 시즌을 맞았다. 가을야구를 할 수 있으면 좋지만 진짜 목표는 2~3년 후였다. KIA 역시 김기태 야구가 예상보다 빨리 뿌리 내리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