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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줌人] '달의연인' 이준기, 눈빛이 증명한 '사극 지존'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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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열등감에 휩싸여 발버둥 치다가도 순식간에 독기로 가득 찬 섬뜩한 피의 군주로 돌변하는 천의 얼굴 이준기. 그의 사극은 언제나 옳다는 공식을 또 한 번 입증했다.

지난 19일 오후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 조윤영 극본, 김규태 연출) 8회에서는 4황자 왕소(이준기)가 기우제를 주관하는 제주(제사의 주장이 되는 상제)로 활약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계속된 가뭄으로 흉흉해질 대로 흉흉해진 고려의 민심. 골머리를 앓던 태조 왕건(조민기)은 기우제로 성난 하늘을 달래보려 했고 자신을 대신해 제사를 주관할 황자를 선택해야 했다. 기우제란 모름지기 하늘이 선택한 이를 주축으로 공을 들여야 하는 법, 최지몽(김성균)은 황자의 이름이 적힌 나무패를 한데 모아 항아리에 넣었고 이 나무패 중 하나를 왕건이 선택하게 됐다. 결국 왕건은 운명인 듯 필연인 듯 4황자 왕소의 나무패를 꺼내 들었고 그렇게 기우제는 왕소의 몫이 됐다.

늘 얼굴의 흉터 때문에 소외됐던 왕소가 처음으로 주인공이 되는 자리. 왕소는 떨리는 마음을 애써 감추며 백성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기우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백성들은 왕소의 흉터를 보고 '짐승'이라며 경악했고 돌과 진흙을 던지며 왕소의 기우제에 반발하고 나섰다. 자신의 모습만으로 돌아선 백성들과 아버지, 형제들의 차가운 시선을 받게 된 왕소는 또 한 번 좌절하며 자신의 운명을 원망했다.

왕소는 모든 걸 포기하려 했고 그때 해수(이지은)가 나타나 손을 내밀었다. 해수는 왕소에게 "가면을 벗겨드리겠습니다"라며 자신이 만든 화장품으로 왕소의 흉터를 가렸고 이 과정에서 왕소는 해수에 대한 연모의 마음을 확신하게 됐다. 그는 해수를 향해 "'내 것'이라고 말을 했던 그때도, 지금도, 네가 내 얼굴에 손을 댄 순간에도 나는 정했다. 너를 내 사람으로 삼겠다. 너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고백했다. 확신에 찬, 간절한 왕소의 눈빛에 해수 역시 마음이 흔들리게 된 것.

해수의 덕분으로 흉터를 가린 왕소는 떳떳하게 백성 앞에 나섰고 백성들은 갑자기 사라진 왕소의 흉터를 보고 "용의 아들"이라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백성들의 신임 속 기우제를 치른 왕소. 비까지 내리면서 기우제를 성공리에 마쳤다. 그는 해수를 향해 애틋한 눈빛을 보냈고 해수 역시 이런 왕소의 모습을 보며 뿌듯해했지만 순간 핏빛 가득한 왕소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 고려의 폭군, 광종이 바로 왕소였던 것. 애틋했던 왕소의 눈빛은 어느새 살기 가득한 폭군의 눈빛으로 변해 시청자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날 방송에서 이준기는 매 순간 변화하는 왕소의 감정을 눈빛으로 완벽히 표현해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열등감에 들끓다가도 이내 현실에 좌절하며 아파했고 또 이런 고난 속에서도 연모하는 이를 향한 애절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왕소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모두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야말로 널뛰는 왕소의 감정을 눈빛의 변화만으로 시청자를 납득시킨 것.

특히 왕소의 기우제를 그린 엔딩에서 이준기는 눈꼬리 하나, 눈동자 하나까지 컨트롤하며 왕소와 광종의 변화를 안방극장에 전달했다. 왜 이준기가 '사극 지존'으로 불리는지, 왜 그의 사극이 항상 호평을 받는지 증명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비록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의 박보검에 '의문의 1패'를 당하고 있는 '달의 연인' 이준기이지만 사극에서 선보이는 무서운 내공만큼은 가히 박보검을 뛰어넘는 파워를 가지고 있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