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잃은 한전 '누진제'로 손실 만회?
시민 2만명 41.6배 요금폭탄 소송… 한전 수익률 판매량 4배
더위는 한풀 꺾였으나, 올 여름 가장 큰 이슈였던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이 은 오히려 더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오는 11월 누진제 관련 개선안을 논의할 계획인 가운데, 22일 누진제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법원의 첫 선고가 나온다
더불어 한국전력이 신규 사업으로 인해 입은 손실을 국민들에게 판매한 전기요금 수익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국회예산정책처는 '2015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평가' 보고서를 통해 한전의 전력판매량이 2010년 43만4160GWh에서 2015년 48만3655GWh로 11.4%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전력판매수입은 37조3901억원에서 53조9637억원으로 판매량보다 4배 가까이 높은 44.3%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KWh당 판매단가도 2010년 86.1원에서 2015년 111.6원으로 29.6% 올랐다.
보고서는 "전력소비 둔화에 따라 최근 3년간 한전의 전력판매량 증가율은 0.6∼1.8% 정도로 낮았던 반면, 지속해서 전기요금이 오르며 판매수입은 2014년까지 5%를 초과하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국민들의 전기사용량은 줄고 있지만 한전이 지속적으로 요금을 인상함으로써 판매량보다 높은 급격한 수익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한전의 수익사업은 신통치 않았다. 국회예산정책처의 '공공기관 출자회사 운영실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석탄가스화복합발전을 육성하겠다며 독일 우데와 손잡고 2011년 7월 설립한 켑코-우데는 설립 이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켑코-우데는 2011년 4억9200만원, 2012년 17억6600만원, 2013년 13억5300만원, 2014년 9억4600만원, 2015년 8억8000만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2억7700만원, 13억5400만원, 10억8800만원, 8억1800만원, 7억6500만원이었다.
보고서는 "출자회사에서 지속적인 영업손실 발생으로 수익성 재검토가 필요한데도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고 운영자금을 충당키 위해 민간차입, 유상증자를 추진토록 해 자회사의 재무위험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저유가가 지속되며 사업성이 없어져 현재 긴축경영 중"이라며 "효율성이 좋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좋은 사업모델이라서 사업성이 개선되면 다시 정상화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이가운데 서울중앙지법 민사98단독 재판부(판사 정우석)가 오는 22일 한전을 상대한 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청구' 집단소송의 결과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만약, 원고가 승소할 경우 한전은 그동안 누진제로 부당하게 부과한 전기료를 소비자들에게 반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소송은 2014년 8월 법무법인 인강이 시민 20명을 대리해 제기한 것으로 2번의 선고 유예가 있었다. 인강은 한전의 '전기공급 약관'이 국민들에게 부당하고 불리한 약관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소관 약관규제법(6조)을 위반한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강은 한전의 누진제를 분석한 결과 소비자들이 받게되는 실질누진율이 최소 41.6배에 달해 소비자들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한전이 현재 적용하고 있는 요금제의 1단계와 6단계 간 누진율 역시 11.7배(전력량 요금 기준)에 달한다.
인강은 "주택용 전기요금으로 얻는 이익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인한 손해를 보전하고 있다"며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2년 기준 주택용 전기요금(123.69원/kWh)은 산업용(92.83원/kWh)보다 30.86원/kWh 비싸다.
그러나 한전 관계자는 "현행 전기공급 약관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적법한 인가를 받은 것으로 위법 여부를 논하는 건 맞지 않다"며 "누진제는 전력 수요의 조절,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 재화의 적절한 배분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기 사용자의 약 70% 가량(2013년 기준)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3단계 이하의 누진율을 적용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전은 국내 주택용 전기요금 수준이 OECD 평균의 약 58%(2014년 기준)에 불과해 오히려 저렴하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일각에서 한전을 마치 국민들의 혈세를 뽑아내는 악덕기업처럼 몰아가고 있지만 한전은 이익을 내기위해 존립하는 사기업이 아니다"라며 "한전은 국민을 위한 공기업으로 수익도 국민들을 위해 환원된다"고 항변했다.
한편 법무법인 인강은 한전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4건), 서울남부지법(1건), 광주·대전·부산지법(각 1건) 등 총 8건의 집단소송을 진행 중이다. 소송 신청자는 19일 현재 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강 측은 이날 대구지방법원에 1000여명의 시민을 대리해서 새로운 소송을 제기했다.
곽상언 법무법인 인강 변호사는 "부당하게 징수한 전기요금을 국민들에게 반납하고 앞으로는 위법한 누진제로 국민의 재산권을 침탈하지 말라는 게 원고 요구의 핵심"이라며 "나머지 유사 소송도 올해 안에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이 산업부와 한전 등이 참여하는 '전기요금 당·정 태스크포스(TF)'의 누진제 개편 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