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를 드리고 싶다."
요즘 네이버 스포츠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 중 하나는 '판스 프리뷰'이다. 야구 만화로 정평이 나 있는 최 훈 작가의 선수 카툰에 스포츠조선 야구 기자들의 전문적인 경기 예상, 판스 데이터 등이 어우러지면서 야구팬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단순히 야구 경기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쉽고 재밌게 야구를 '분석'하며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과 미디어의 절묘한 크로스오버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판스'는 네이버 스포츠에서 인기리에 서비스가 되고 있는 판타지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 '판타지 스타디움'의 줄임말이다. 야구 게임은 '마구마구'를 비롯해 '프로야구 매니저', '컴투스 프로야구', 'MLB' 등 국내외 다양한 플랫폼에서 큰 인기를 모으는 장르다. 하지만 '판스'와 같은 판타지(fantasy) 스포츠 게임은 국내에선 아직까지 생소하다.
'판스'를 만들어 서비스 하고 있는 게임사 지트릭스의 김도식 대표(43)는 "바로 여기에서 '판스'의 개발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판타지 스포츠는 세계 프로스포츠의 메카라 할 수 있는 북미를 중심으로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실제 경기를 즐기고 동시에 직접 뽑은 선수들의 성적이 좋으면 보상까지 받을 수 있으니, 단순히 경기 스코어나 승리팀을 예측하는 일반적인 스포츠 베팅과는 분명 다르다. 김 대표는 "선수들의 컨디션과 체력, 상황에 따른 성적, 팀워크 등 판타지 스포츠에서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엄청나게 많다. 국내에서도 스포츠를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하는 팬들이 많아졌다. 이런 재미를 충족시키기 위해 '판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판스'에선 최 훈 작가가 선수들의 특징을 포착해 그린 선수 카드를 포지션별로 배치, 실제 프로야구 경기 결과의 기록데이터를 바탕으로 종합 점수를 겨루는 전략 게임이다. 가장 기본적인 팀전을 시작으로 기록이 좋을 것 같은 선수를 예측해 결과에 따라 더 많은 포인트를 얻는 강화 모드, 그리고 미션 모드 등이 준비돼 있다. 능력치를 뛰어넘는 성적을 거둘 경우 많은 포인트를 얻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많다. 김 대표는 "프로야구는 매일 경기가 열리니 깜짝 스타도 많이 나온다. '이름값'만으로 선택해선 좋은 성적을 거두기 힘든 것은 경기나 게임이나 똑같다"고 말했다.
그럼 김 대표는 야구인일까, 아니면 게임인일까? 대답은 "양쪽 모두"이다. 초등생 시절인 1982년부터 야구가 생활이라 할 수 있는 전형적인 '프로야구 키즈'로 사회인 야구에서 직접 선수로 뛰고 있다. 게다가 지난 2001년에는 국내 최초의 모바일 야구게임 '포켓야구'를 만든 장본인이다. 온라인게임 인기 태동기에 피처폰에서 구동하는 야구게임을 만든 것이다. 당시 다운로드 비용이 1500원이었음에도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으니 인기는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연간 매출이 25억원에 이를 정도였다.
이를 바탕으로 '포켓야구 2'를 비롯해 다양한 스포츠 모바일게임을 만들었지만 전작의 인기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이후 피처폰에서 나왔던 야구게임들이 주로 '포켓야구'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며 오랜기간 인기를 모았으니 전세계 모바일 야구게임의 시초라 할 수 있다.
이런 전력 때문인지 김 대표는 "돌고 돌아 결국 처음으로 다시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이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야구에서 다시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하지만 첫 시작이 그러했듯 이번에도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인 판타지 야구게임을 들고 돌아왔다. 김 대표는 "유저간의 단순한 대결을 넘어 선수 카드에 TCG(트레이딩 카드 게임) 요소를 추가, 야구팬뿐 아니라 게임팬들도 충분히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며 "'판스'를 해보신다면 플레이 하나, 선수 한명에게도 관심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판스'는 지난 6월 공개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별다른 마케팅이 없었음에도 20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홈페이지를 다녀갔고 하루 방문자의 60%가 재접속할 만큼 충성도가 높다. 김 대표는 "'판스 프리뷰'를 통해 '판스'가 많이 알려졌다. 올해는 게임의 존재감을 널리 알리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인기몰이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판스'에는 앞으로 마이리그, 히어로 대전, 시즌랭킹 등 다양한 모드를 더 추가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프린터 제조사 세우테크에 지분 28.57%를 넘기고 40억원을 투자받으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김 대표가 도전할 또 하나의 개척지는 스포츠의 본고장 북미이다. FSTA(판타지 스포츠 트레이드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판타지 스포츠 참가자수는 5680만명에 이를 정도이고, 미국과 캐나다에선 12세 이상 인구 가운데 15~19%가 판타지 스포츠를 즐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포브스는 에일러스 리서치의 자료를 인용, 시장 규모가 매년 40% 이상 성장해 2020년에 판타지 스포츠 참가비 규모는 144억달러(약 1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김 대표는 "'판스'는 블루오션인 글로벌 판타지 스포츠 시장 진출을 위한 시발점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유럽 축구 등 다양한 판타지 게임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도전해 보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