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혜진 기자] 어째서 'W'는 압도적인 1위가 되지 못했을까.
화제작 KBS2 수목극 'W'가 14일 16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W'는 현실 세계 여의사 오연주(한효주)가 우연히 인기 절정 웹툰 'W'에 빨려 들어가 만화 주인공 강철(이종석)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서스펜스 멜로 드라마다. 웹툰 세계와 현실 세계가 교차한다는 신선하고 파격적인 설정과 실제 만화 캐릭터를 방불케하는 배우 이종석과 한효주, 그리고 김의성의 호흡으로 전에 본 적 없는 역작이라는 호평 속에 마무리했다. 특히 '나인' '인현왕후의 남자' 등을 집필한 송재정 작가의 판타지와 현실을 절묘하게 섞어내는 능력은 어김없이 빛을 발했다. 또 스피디한 전개와 쉴 새 없는 사건들의 연속, 시청자들의 뒷통수를 치는 예측불가 스토리로 '예고편을 봐도 소용 없는 드라마'라 불리며 매회가 끝남과 동시에 화제를 낳았다.
방영 초반 'W'는 휘몰아치는 전개로 동시간대 경쟁작 KBS2 '함부로 애틋하게'를 가뿐히 따돌리며 시청률 1위로 올라섰다. 몰입감을 더할수록 시청률 또한 탄력을 받아 지속해서 상승할 거라 예측했지만, 실제 중반을 넘어 주춤하기 시작하더니 후반에는 KBS2 '질투의 화신'에 1% 정도 차이로 맹추격을 당했다.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어 보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수목극의 절대 강자로 올라서지 못했고 시청률 20%의 벽도 결국 뚫지 못하고 종영하고야 말았다.
그 원인으로는 우선 어려운 전개가 지목된다. 'W'는 멜로와 스릴러 그리고 판타지가 결합된 복합장르의 드라마다. 보통 공감 가고 술술 이해 가는 스토리의 드라마들이 높은 시청률로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경우가 많은데 'W'는 한회라도 놓치게 되면 앞뒤 맥락을 이해하지 못해 따라잡을 수 없게 된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W' 측은 한 회차의 시작 전 그간의 스토리들을 정리해서 보여주기도 했지만, 이는 효과적으로 작용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간략하게 정리해버리는 점이 흥미를 떨어뜨리게 됐다. 중간 시청자들의 유입은 어려웠고 집중력을 발휘해 보지 않는 한 매니아 층이 아닌 일반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기에는 무리였던 것이다.
또 수치적인 면을 제외하더라도 연출상 아쉬움이 보이기도 했다. 'W'는 초반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치밀한 복선들, 신선한 반전들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소위 '내성'이라는 표현이 있듯이 그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후반에 갈수록 남발되는 트릭과 새로 생긴 변수들에 점점 흥미를 잃어갔다. 강철(이종석), 오연주(한효주) 그리고 진범의 죽음과 부활이 지속적으로 반복되었으며 현실세계와 웹툰 세계를 오가는 방법 역시 계속 바뀌며 긴장감과 설득력을 잃어갔다. 이로 인해 시청자들은 드라마에 몰입하기보단 마치 남일 보듯 '관망'한다는 느낌을 받았고'시청자 왕따설' 혹은 '그들만의 리그'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따라붙었다. 이는 완성도에 문제가 있다기보단, 시청자들이 주인공들의 감정선에 따라가지 못해 공감과 몰입도를 상실하는 것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다. 이 부분을 놓친 점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W'는 대한민국 드라마계 전에 없던 파격적인 시도였음에 틀림없다. 출생의 비밀, 지지부진 삼각 멜로, 막장 불륜 가족극 등 뻔한 설정들에 지쳐있던 안방극장 시청자들에게 새롭고 신선한 충격을 안겼을 뿐 아니라 "1회 보면 결말까지 알 수 있다"는 한국 드라마의 고질병을 시원하게 날렸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두 달간 'W'가 보여준 그 청량함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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