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보란·이승미 기자] '엄마'가 돼 돌아온 강수정. 그만큼 방송에 임하는 마음가짐 또한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예전이랑 비교하면 오히려 많이 편해졌어요. 주위에서 다들 편하게 대해주는 것도 있고, 예쁜 척 할 필요도 없고요. 뭣보다 수위 높은 유머에도 같이 웃을 수 있다는 게 달라졌달까요? 하하하. 솔직히 싱글 때처럼 방송에 전력투구 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홍콩에 왔다갔다 해야하고 아이도 신경써야 하고.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한국에 왔을 때만큼은 다 잊은 듯이 열심히 하고 싶어요."
6년만의 복귀라는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습니다. 쉬는 동안 본래 자신에게 제안이 왔던 프로그램을 TV로 보며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는 강수정. "나라면 저 정도로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에 한 없이 자존감이 낮아지기도 했습니다. 드라마로 복귀해 멋진 활약을 보여준 김남주의 모습은 그런 그녀에게 큰 위안이 됐다고 합니다.
"예전에 김남주 씨가 아이를 낳고 일을 쉬고 있을 때 시상식 무대를 보며 '내가 저 자리에 다시 설 수 있을까'란 생각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아니, 김남주 씨도 저런 생각을 했을 정도인데, 그럼 나는 잠시 자존감이 낮아져도 괜찮겠지'하면서 버틸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무엇보다 예전에는 성과적인 면에 집착했던 반면, 이제는 방송에서 크든 작든 자신의 역할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자체에 행복을 느낀다네요.
"예전에는 1등이 꼭 저야만 하고 이런 욕심이 있었어요. 어디서 아나운서 순위 같은 것을 매겼는데 노현정이 1등이면 '나보다 후배인데...'이러면서 더 열심히 하려고 마음먹고 그랬죠. 하하. 근데 지금은 저에 대한 관심에 감사하면서도 솔직히 부끄러워요. MBN '코미디 청백전-사이다'도 밖에서 보면 제가 다하는 것 같은 분위기 인데, 실제로 보면 제가 하는게 정말 없어요. 오히려 전현무 씨가 했으면 훨씬 잘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노현정, 전현무 이야기도 나왔지만, 강수정은 아나테이너의 원조라고 할 수 있죠. 지켜보면서 눈에 들어오는 후배들은 없을까요?
"요새는 다 너무들 잘 해서... 오히려 튀지 않는 친구가 없는 거 같아요. 정말 저 때는 머리 스타일도 어색하고 다 촌스러웠는데, 후배들 보면 어떻게 저렇게 세련됐지?라는 생각도 들고. 저는 사실 뉴스하라고 뽑았는데 뉴스를 잘 못해서 진짜 지적도 많이 받고, 그 당시에는 예능도 '이걸 어떻게 하지'라고 걱정하면서 시작했거든요. 근데 요즘은 기본적으로 아나운서들이 끼도 많은 거 같아요."
혹시 선배와 동료들의 질투는 없었느냐고 묻자, 강수정은 "제가 뉴스를 막 잘 했으면 모를까 너무 못해서"라고 웃으며 "워낙 분야가 다르니까 그냥 예뻐해 주셨어요. 약간 다른 애? 엉뚱한 애? 이렇게 봐 주신 거 같아요. 오히려 '안 힘드냐'고 선배들이 걱정해 주셨죠"라고 아나운서 시절을 회상했습니다.
사실 강수정은 프리랜서 활동 이후 보다 아나운서 시절 더욱 전성기를 누린 것도 사실입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도 프리선언을 할까요? 강수정은 "언젠가는 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어쨌든 제가 연애 중이었고, 결혼 후 홍콩을 가야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KBS 직원으로서는 홍콩을 오가는 생활은 아무래도 어려웠죠. 프리랜서로서 시기를 잘 조율하면서 내가 원하는 방송을 할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근데 마음이 좀 급했던거 같아요. 결혼 때문에 방송을 그만둔다는 인식을 주기 싫었거든요. 그래서 얼른 자리를 얼른 잡아 놓고 결혼을 해야 일을 꾸준히 할 수 있겠다 싶었죠. 그래서 당시 소속사 대표였던 신동엽 씨를 만나 '결혼 후에도 열심히 일 하고 싶다'고 얘기했던 게 기억나네요.(웃음)"
ran613@sportschosun.com, smlee0326@, 사진=정재근 기자 cj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