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웸블리(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아쉬움이 남는 교체였다. 손흥민(토트넘)의 잘못이 아니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의 오판이 빚어낸 교체였다. 손흥민은 15일 새벽(한국시각) 런던 웸블리에서 열린 AS모나코와의 2016~2017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C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전반 45분만 뛰고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아웃됐다. 왜 손흥민이 나가야만 했을까.
▶공격 앞으로의 덫
포체티노 감독은 공격적이다. 수비보다는 공격을 중시한다. 맹장이다. 모나코전에서 포체티노 감독은 다양하면서도 큰 칼을 준비했다. 최전방 해리 케인을 비롯해 왼쪽에는 손흥민, 오른쪽에는 에릭 라멜라를 배치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는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나섰다. 그 밑에 델레 알리를 투입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이었지만 사실상 공격 역할이었다. 포백을 보호하는 이는 에릭 다이어밖에 없었다. 선발 11명 가운데 공격수만 5명이었다. 4-1-4-1 전형에 가까웠다.
공격은 화려했다. 각 선수들은 다양한 움직임과 플레이로 모나코를 압박했다. 문제는 수비였다. 알리는 중원에서 한 번 올라오면 되돌아오지 않았다. 다이어에가 부담을 더욱 많이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공격진의 실수가 겹쳤다. 전반 15분 라멜라는 중원에서 전진 패스를 하다 실수를 했다. 모나코의 공격수 베르나르도 실바가 볼을 잡아낸 뒤 골로 연결했다. 전반 31분에는 알리가 실수를 범했다. 평범한 드로인 상황에서 자신의 뒤로 파고드는 토마스 레마르를 놓쳤다. 아예 체크 자체를 하지 않았다. 레마르는 문전 앞에서 몸싸움 뒤 골을 만들어냈다.
결국 토트넘은 특유의 '공격 앞으로'를 추구하다 그 뒤에 도사린 덫에 걸리고 말았다. 경기가 꼬일 수 밖에 없었다.
▶최선이 아닌 차선
하프타임 포체티노 감독은 고민에 빠졌다. 전반 종료 직전 토비 알더베이럴트가 골을 넣었다. 2-1이었다. 후반 초반 골을 넣어야 했다. 그래야 역전을 바라볼 수 있었다. 분위기를 이어가야 했다.
문제는 확실하게 보였다. 허리였다. 알리는 수비를 할 생각이 없었다. 아니 수비에는 역량 부족이었다. 알리의 공격을 활용해야 했다. 무사 뎀벨레를 넣기로 했다. 알리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리기로 했다. 에릭센을 옆으로 뺐다. 에릭센은 중앙보다 측면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하곤 한다.
결국 남은 것은 손흥민과 라멜라였다. 손흥민은 이날 몸상태가 좋았다. 활발한 몸상태를 보여줬다. 반면 라멜라는 전반 내내 침묵했다.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도 포체티노 감독은 라멜라를 선택했다. 손흥민은 스토크시티전에서 풀타임을 뛰었다. 선덜랜드와의 EPL 5라운드 홈경기도 대비해야 했다. 반면 라멜라는 체력이 남아 있었다. 스토크시티전에서 교체로 나왔다. 체력에서 손흥민이 밀렸다. 차선을 택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믿는 도끼에 자신의 발등이 찍히고 말았다. 라벨라는 후반전에도 부진했다. 오른쪽에서 제대로 하는 것이 없었다. 결국 포체티노 감독은 후반 25분 라멜라를 불러들였다.
토트넘은 모나코에 1대2로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