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 강하늘의 하드캐리가 빛났다.
SBS 월화극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가 고전하고 있다. 12일 방송된 '달의 연인'은 5.7%(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에 그쳤다. 이는 지난 6일 방송분(6%)보다 0.3% 포인트 하락한 수치이자 월화극 꼴찌 기록이다. 동시간대 방송된 MBC '몬스터'는 10.6%,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은 20.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150억 원 대작이라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던 것에 비하면 꽤 초라한 성적이다.
그러나 이런 쑥대밭 속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는 주인공이 있다. 바로 강하늘이다.
강하늘은 극중 문무를 겸비한 '고려판 뇌섹남', 제8황자 왕욱 역을 맡았다. 왕욱은 해씨 부인과 정략결혼을 하고 집안의 기대와 책임에 부응하기 위해 발버둥쳤지만, 해수를 만나 난생처음 사랑이라는 감정에 눈뜨게 되는 캐릭터다.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병들어 죽어가는 조강지처를 두고 그 사촌 여동생과 사랑에 빠지는 막장 캐릭터인 셈이지만, 강하늘은 이런 캐릭터마저 설득력 있고 절절하게 그려내고 있다.
12일 방송에서는 왕욱과 해수(이지은, 아이유)가 마음을 확인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왕욱은 해씨부인(박시은)의 장례를 치르고 "왜 말하지 못했을까. 그토록 듣고 싶어하는 걸 알면서도 연모한다고 말하지 못했다"며 오열했다. 해수는 그런 왕욱을 곁에서 위로했다. 두 사람의 감정선이 무르익어가고 있을 때 사건이 벌어졌다. 태조 왕건(조민기)이 거란과의 전쟁을 막는다는 명분 하에 해수를 아내로 맞으려 한 것이다. 이에 왕욱은 해수를 피신시켰고, 해수는 손목을 그어 혼인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후 해수를 찾은 왕욱은 "죽은 부인에게 빌었다. 너를 보내주면 죽은 부인께 못다한 것을 다 해주겠다고 빌었다. 네가 폐하의 여인이 되었다면 나는 평생 나를 용서치 못했을 것"이라고 마음을 털어놨다.
이 과정에서 강하늘의 연기는 빛났다. 병든 아내의 소원을 끝까지 들어주지 못하고 떠나보낸 죄책감을 토로하는 장면에서는 애달픈 눈물 연기로 시청자의 마음을 울렸다. 그런가하면 해수를 향한 순애보로 애절한 멜로 라인의 중심을 잡아내기도 했다. 시청자들 역시 '강하늘 연기 때문에 봤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이런 강하늘의 존재감은 답도 없는 '달의 연인'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현재 '달의 연인'은 감독판 특별 방송, 추석 연휴 몰아보기 특집 편성, VOD 무료 공개 등 초강수를 두고 있지만 결과가 신통치 못했다. 여전히 다소 황당하고 공감되지 않는 이야기와 배우들의 아쉬운 연기력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특별한 수도 없다. '달의 연인'이 탄력을 받으려면 시청자에게 신뢰를 쌓은 이준기의 활약상이 그려져야 하는데, 원작 흐름상 아직까지 이준기가 맡은 왕소 캐릭터가 나설 수가 없는 타이밍이다. 왕소가 가면 속에 얼굴을 숨기고 죽은 듯 지내는 동안 해수 캐릭터가 극의 중심이 됐어야 하는데 이지은의 역량은 이를 소화하지 못했다. 그렇게 비워버린 자리를 강하늘이 오롯이 채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자칫 이렇다할 주인공을 찾지 못하고 지지부진 했을 뻔한 드라마를 강하늘이 대신 짊어지면서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앞으로도 강하늘의 활약은 기대를 모은다. 본격적으로 왕소의 이야기가 시작되면 왕욱 캐릭터의 성격은 180도로 변한다. 왕소에게 맞서 해수와 황권을 지키기 위해 흑화, '다크 하늘'의 면모를 보여줄 전망이다.
과연 강하늘의 하드캐리가 '달의 연인'을 다시 뛰게 만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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