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움츠렸던 유럽파가 모처럼 활짝 웃었다.
유럽파는 주 무대였던 잉글랜드, 독일은 물론 터키, 헝가리 등 유럽 구석구석을 누볐다. 골 소식까지 전해졌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도 미소를 지었다. 유럽파는 지난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 2차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적설, 군사훈련, 부상 등의 여파로 제대로 된 여름을 보내지 못한 것이 컸다. 하지만 지난 주말을 계기로 반전을 위한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유럽파가 가장 빛난 곳은 잉글랜드였다. 3명의 코리안 프리미어리거가 모두 그라운드를 누볐다. 손흥민(24·토트넘)은 10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스토크온트렌트 베트365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토크시티와의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4라운드에서 시즌 첫 출전에 성공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골-1도움을 올리며 EPL 입성 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토트넘은 4대0 완승을 거뒀다. 여름 내내 이적설로 고생했던 손흥민은 자신의 발로 직접 분위기를 바꿨다. 영국 언론도 호평 일색이다. 12일 영국 국영방송 BBC는 손흥민을 EPL 4라운드 베스트11으로 선정했다.
기성용(27·스완지시티)도 시즌 첫 풀타임을 소화했다. 기성용은 12일 웨일즈의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첼시전에서 90분을 모두 뛰며 팀의 2대2 무승부를 견인했다. A매치 여파로 몸은 다소 무거웠지만 계속해서 프란체스코 귀돌린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기성용은 지난 시즌 막판 주전에서 한발 밀려났다. 기성용은 군사훈련 여파로 제대로 프리시즌을 보내지 못하며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팀 복귀 후 꾸준히 출전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공격형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가며 다시금 중원의 핵으로 존재감을 되찾고 있다.
이청용(28·크리스탈팰리스)도 올시즌 연착륙 조짐이다. 10일 영국 미들즈브러 리버사이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들즈브러전에 후반 교체투입됐다. 13분간 뛰며 팀의 시즌 첫 승리를 도왔다. 앨런 파듀 감독과의 불화설로 이적설이 돌기도 했던 이청용은 시즌 전 경기에 출전하며 기분 좋은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독일에서는 아우크스부르크 듀오가 날았다. 구자철(27)과 지동원(25)은 11일 독일 브레멘 베저스타디온에서 열린 베르더 브레멘과의 2016~2017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라운드 원정경기에 동반 출전했다. 구자철은 선발 출전해 79분간, 지동원은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투입돼 45분간 뛰었다. 지동원은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후반 대반전을 이끌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2대1로 역전승을 거두며 시즌 첫 승리를 챙겼다. 구자철은 아우크스부르크의 에이스 다운 면모를, 지동원은 올 시즌 특급조커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새롭게 둥지를 튼 석현준(25·트라브존스포르)과 류승우(23·페렌츠바로시)도 존재감을 알렸다. 석현준은 12일 터키 트라브존의 후베인 아브니 아케르 스타디움에서 가진 오스만리스포르와의 2016~2017시즌 터키 수페르리그 3라운드에 선발로 나서 전후반 90분을 모두 소화했다. 앞서 두 경기에서 교체 출전을 통해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분위기를 익힌 석현준은 이날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아쉽게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지만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트라브존스포르는 0대2로 완패했다.
류승우는 11일 헝가리 두나유바로스에서 펼쳐진 MTK와의 2016~2017시즌 헝가리 NB1 8라운드에서 후반 교체투입돼 동점골을 터뜨렸다. 데뷔전, 데뷔골이었다. 올 시즌 레버쿠젠을 떠나 헝가리 무대로 임대된 류승우는 첫 경기부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각개약진 속에 희망의 고동을 울리며 출발한 유럽파 선수들. 월드컵 최종예선의 대장정에 돌입한 A대표팀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기지개를 켠 유럽파의 본격적인 활약이 이제 막 시작됐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