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11일 대구 NC-삼성전만큼은 타고투저가 아닌 투고타저였다. 삼성 선발 차우찬과 NC 선발 해커의 눈부신 투수전이 펼쳐졌다. 경기전 양팀 사령탑의 깊은 신뢰에 두 에이스는 최고투로 화답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차우찬은 저력이 있다. 올시즌 부상 때문에 두달 가까이 고생을 했지만 10승(5패, 이날 경기전까지)을 했다. 지난해 탈삼진왕을 한 선수다. 올해를 마치고 FA도 된다. 우리팀에서 가장 길게 볼을 던질 수 있는 투수"라고 말했다. NC 김경문 감독은 전날(10일) 1대4로 역전패를 했지만 "오늘은 해커가 나간다. 길게 던져주길 바라고, 그럴만한 충분한 위력이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해커 역시 팔꿈치 부상으로 두달 넘게 쉬었지만 11승(2패)으로 에이스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날 차우찬은 잠시 흔들렸지만 넘어지지 않았고, 해커는 실책으로 실점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차우찬은 이날 7이닝 5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삼성은 2대0으로 신승했고, 차우찬은 시즌 11승째(5패)를 챙겼다. 131개의 볼을 던졌는데 자신의 올시즌 한경기 최다 투구수 타이(7월 12일 포항 롯데전 131구)였다. 차우찬의 무실점 경기는 올해 들어 처음이다. 1실점 경기가 두 차례 있었지만 무실점은 처음이다. 5개의 4사구가 흠이었지만 최고의 존재감을 뽐냈다. 3회 1사 1,2루 위기, 5회 1사만루 위기를 연거푸 무실점으로 벗어났다.
차우찬은 1-0으로 앞선 8회 마운드를 장필준에게 넘겼다. 최고구속은 149㎞였고, 커브와 슬라이더, 포크볼을 적절하게 섞어던졌다.
해커는 7이닝 동안 3피안타 9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해커의 2회 유일한 실점도 살짝 아쉬웠다. 선두 4번 최형우에게 좌중간 안타를 내준뒤 5번 이승엽을 삼진으로 돌려세울 때 최형우가 2루를 훔쳤다. 이후 1사 1,3루에서 7번 조동찬을 상대로 3루땅볼을 유도했으나 3루수 박석민이 실책을 했다. 이사이 3루주자 최형우가 홈을 밟았다. 제대로 잡았다면 홈에서 충분히 승부가 이뤄질 수있는 상황이었다. 이어진 1사 1,2루 위기에선 8번 이지영과 9번 김상수를 연거푸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추가 실점을 막기도 했다. 해커는 최고구속 147㎞, 커브 슬라이더 컷패스트볼 체인지업을 골고루 섞었다. NC는 전날 1득점, 이날 무득점으로 2경기에서 1득점에 그치며 빈타에 허덕였다. 해커의 역투가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대구=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