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2% 아쉬웠다.
KBS2 수목극 '함부로 애틋하게'가 8일 종영했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어린 시절 가슴 아픈 악연으로 헤어졌던 두 남녀가 안하무인 슈퍼갑 톱스타와 비굴하고 속물적인 슈퍼을 다큐PD로 다시 만나 그려가는 까칠하고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주제로 삼은 작품이다. 작품은 100% 사전제작 돼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송된다는 점,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인기를 끌었던 이경희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 100억 원대 제작비를 투입한 초대형 블록버스터라는 점, 가장 핫한 20대 스타로 주목받고 있는 김우빈과 배수지를 캐스팅 했다는 점 등에서 '태양의 후예'를 이을 기대작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나니 그 기대치에 미치지는 못한 듯 하다.
'함부로 애틋하게'에서 이경희 작가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신준영(김우빈)과 그를 사랑하는 노을(배수지)의 이야기를 통해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죽음'이라는 테마가 밑바탕이 된 만큼 극의 분위기는 무겁고 적막했다. 그리고 그 사랑과 사건을 연기하는 김우빈과 배수지는 절절하고 애틋한 로맨스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멜로 드라마이긴 하지만 두 남녀가 만나는 장면은 드물었다. 항상 오해하고 엇갈리고 눈물짓는 일의 연속이었다. 신준영이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이상 남은 시간이라도 행복하고 달달한 남녀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 시청자의 마음인데, 로맨스는 커녕 주인공들이 만나지조차 못하니 '고구마 로맨스'라는 혹평이 따라붙었다. 오죽하면 마음을 찢어놓는 사랑이라고 해서 '맴찢 로맨스'라고까지 했을 정도다.
이경희 작가에 대한 의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작품 자체가 '미안하다 사랑한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캐릭터 설정 역시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시한부, 출생의 비밀, 운명의 장난으로 어긋난 로맨스 등의 소재는 진부하고 식상한 것들이라 시청자들도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계절감도 무리수였다.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시점에서 겨울 옷을 입고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렇게 작품이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을 때 경쟁작 MBC 'W-두개의 세상'은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고, 장르조차 규정지을 수 없는 파격 전개로 드라마판을 흔들어놨다. 그리고 SBS '질투의 화신'은 누구나 쉽게 보고 즐길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승부수를 던졌다.
덕분에 '함부로 애틋하게'의 시청률은 크게 추락했다. 7월 6일 12.5%(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출발했지만 'W'가 첫방송 되고 난 7월 27일부터는 시청률이 8% 대로 뚝 떨어졌다. 그나마 수목극 시청률 2위 자리는 지키고 있었지만 SBS가 '원티드'를 종영하고 '질투의 화신'을 내보내자 최하위로 밀려나기까지 했다. 최근 드라마 시장의 침체로 시청률 10%대를 넘기지 못하는 드라마가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100억 원대 제작비를 투입해 초대형 한류스타를 내세운 작품이 기록한 성적이라고 하기엔 안타까운 게 사실이다.
마지막까지 반전은 없었다. 예고했던 대로 신준영은 노을 곁에서 숨을 거뒀다. 그리고 엔딩에는 신준영이 죽기 전 남긴 영상이 비춰지고 노을이 씩씩하게 살아가며 그를 그리워하는 모습이 장식됐다. 마자막회 시청률은 8.4%(닐슨코리아, 전국기준)으로 수목극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경희 작가의 치명 멜로답게 여운이 남는 엔딩이긴 했지만, 조금더 남녀 주인공의 러브라인에 무게를 실었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너무나 극의 전개가 예상대로 흘러가 싱거움을 남겼다는 점 또한 아쉬움으로 꼽힌다.
'함부로 애틋하게' 후속으로는 '공항가는 길'이 방송된다. '공항가는 길'은 애인 친구 불륜이 아닌 기혼남녀가 가질 수 있는, 세상에 당당한 관계를 그린 작품으로 김하늘 이상윤 신성록 최여진 장희진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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