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맨체스터 더비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172번째 맨체스터더비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조제 무리뉴 맨유 감독과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펼치는 첫번째 맨체스터 더비다.
둘은 동지였다. 하지만 운명이 둘의 길을 갈랐다. 평행선을 그렸다. 유럽 무대 그리고 스페인에서 치열하게 싸웠다. 이제까지 그들이 싸운 길을 되짚었다.
무리뉴와 과르디올라는 16번 맞붙었다. 과르디올라가 7승6무3패로 앞서있다.
▶'인터밀란' 무리뉴 vs '바르셀로나' 과르디올라
첫 맞대결은 2009년 9월 16일이었다.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 무리뉴는 인터밀란을 맡고 있었다. 유럽챔피언스리그(UCL) F조에 나란히 편성됐다. 조별리그 1차전부터 격돌했다. 주세페 메아차에서는 0대0으로 비겼다. 2달 뒤인 11월 24일 누캄프에서 다시 맞붙었다. 이번에는 바르셀로나의 승리였다. 피케와 페드로의 연속골로 2대0으로 승리했다. 무리뉴는 "바르셀로나는 스펙터클했다"고 평가했다.
5개월 뒤 무리뉴와 과르디올라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다. UCL 4강이었다. 1차전 무대는 주세페 메아차였다. 무리뉴는 전술적으로 준비를 많이 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변수가 있었다. 당시 아이슬란드에서 화산이 폭발했다. 비행편이 모두 결항됐다. 바르셀로나는 1000㎞를 버스로 이동했다. 바르셀로나에게는 체력 부담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인터밀란은 이를 잘 공략했다. 스네이더르, 마이콘, 밀리토가 3골을 넣었다. 인터밀란이 3대1로 승리했다. 경기 후 무리뉴는 "세계 최고의 팀을 이겼다"며 기뻐했다.
1차전이 열린 8일 뒤 누캄프에서 2차전이 열렸다. 전반 28분만에 인터밀란의 티아고 모타가 레드카드를 받았다. 하지만 인터밀란은 단단했다. 단 1골만 내주는데 그쳤다. 0대1로 진 인터밀란은 1,2차전 합계 3대2로 승리하며 결승이 올랐다. 무리뉴는 누캄프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며 기쁨을 만끽했다. 한 때 바르셀로나의 통역이자 코치이기도 했던 그에게 바르셀로나 팬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무리뉴는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패배"며 과르디올라의 속을 긁었다. 인터밀란은 결승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누르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레알 마드리드' 무리뉴 vs '바르셀로나' 과르디올라
2010~2011시즌 무리뉴는 레알 마드리드로 부임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에게 밀리고 있었다. 이 무렵 무리뉴는 인터밀란으로 바르셀로나는 UCL4강에서 격파했다.
때 마침 무리뉴도 바르셀로나에 원한이 있었다. 그는 2008년 프랑크 레이카르트 감독이 물러난 뒤 바르셀로나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직접 프레젠테이션까지 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과르디올라를 택했다. 무리뉴의 상처는 컸다. 결국 마음속으로 타도 바르셀로나를 외쳤다. 레알 마드리드와 무리뉴는 서로 마음이 통했다.
첫 만남부터 강렬했다 .2010년 11월 29일 누캄프였다. 완벽한 경기력을 보였다. 사비, 페드로, 비야, 헤프렌이 골을 넣으며 5대0으로 승리했다. 비야는 2골을 넣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8명이 경고를 받았다. 라모스는 경고 누적으로 퇴장했다. 완전히 내준 경기였다. 경기 후 과르디올라는 "전 세계에 우리의 축구를 보여줄 수 있어서 자랑스럽다"고 기뻐했다.
2011년 4월 16일 다시 맞붙었다. 이번에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였다. 엘클라시코 4연전의 시작이기도 했다. 이 경기를 시작으로 양 팀은 코파델레이 결승, UCL4강 1,2차전까지 18일 내에 4경기를 치렀다. 기선 제압이 중요했다.
하지만 양 팀 모두 너무 신중했다. 바르셀로나는 점유율에서 앞섰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를 제대로 넘지 못했다. 레알 마드리드 역시 이렇다할 공격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전반 6분만에 알비올리 퇴장하며 수적 열세에 놓이기도 했다. 결국 양 팀은 호날두와 메시의 페널티킥골로 1대1로 비겼다.
4일 후 양 팀은 발렌시아에서 열린 코파 델레이 결승전에서 맞붙었다. 이번에는 레알 마드리드가 웃었다. 90분을 0대0으로 마쳤다. 연장전에 돌입했다. 결국 호날두의 헤딩골이 터졌다. 막판 레알 마드리드는 디 마리아가 퇴장했다. 그럼에도 결승골을 잘 지켰다. 무리뉴는 과르디올라가 보는 앞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둘의 대결은 이어졌다. 4월 27일 UCL4강 1차전이었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메시가 펄펄 날았다. 무리뉴와 페페가 동반퇴장했다. 이후 메시는 2골을 넣었다. 무리뉴는 "언젠가 공정한 상황에서 과르디올라를 이길 것"이라고 했다. 이때까지 무리뉴는 5경기 연속으로 바르셀로나만 만나면 선수가 퇴장했다. 여기에 불만을 토로했다
5월 3일 누캄프에서 2차전이 열렸다. 이미 승부의 추는 기울어진 상태였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는 1대1로 비겼다. 바르셀로나가 결승에 올랐다. 말을 아꼈던 과르디올라가 입을 열었다. 그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밤"이라고 했다. 무리뉴는 할 말이 없었다. 바르셀로나는 결승에서 맨유를 누르고 유럽챔피언이 됐다.
2011~2012시즌, 과르디올라는 무리뉴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첫 대결은 슈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였다. 바르셀로나는 1차전 원정(2011년 8월 14일)에서 2대2로 비겼다. 3일 뒤 홈 2차전에서는 3대2로 승리했다. 이 경기에서 무리뉴는 기행을 저질렀다. 바르셀로나의 코치였던 티토 빌라노바(사망)의 눈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무리뉴는 이후 "내 행동이 지나쳤다"고 했지만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이후 과르디올라는 무리뉴는 상대로 연승행진을 달렸다. 2011년 12월 10일 프리메라리가 원정에서 바르셀로나는 3대1로 승리했다. 2012년 1월 18일 코파 델레이 4강 1차전 원정에서도 2대1로 이겼다. 무리뉴를 상대로 3연승을 거뒀다. 바르셀로나는 2012년 1월 25일 코파 델레이 4강 2차전에서는 2대2로 비기며 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마지막 맞대결은 무리뉴의 승리였다. 2012년 4월 21일 무리뉴는 품어왔던 칼을 꺼냈다. 7경기 무승(3무4패)을 끊어냈다. 누캄프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케디라가 선제골을 넣었다. 이후 산체스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후반 28분 호날두가 쐐기골을 박았다. 그동안의 굴욕을 씻는 동시에 프리메라리가 우승도 사실상 확정했다.
이후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를 떠났다. 스페인에서의 맞대결은 과르디올라가 5승4무2패로 앞섰다.
▶'첼시' 무리뉴 vs '바이에른 뮌헨' 과르디올라
이후 무리뉴와 과르디올라의 맞대결은 딱 한 차례 있었다. 2013년 8월 30일,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이었다.
과르디올라는 1년을 쉬고 바이에른 뮌헨에 부임했다. 무리뉴도 이전 시즌 레알 마드리드에서 잘렸다. 그리고 첼시로 돌아왔다. 바이에른 뮌헨은 UCL챔피언, 첼시는 유로파리그(UEL)챔피언이었다.
양 팀은 2대2로 비겼다. 승부차기에서 바이에른 뮌헨이 5-4로 승리했다. 다만 양 팀 감독들은 자신들이 할 일이 별로 없었다. 부임직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 미묘한 것은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무리뉴의 선수 한 명이 퇴장했다. 하미레스였다. 무리뉴는 경기 후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에 대한 열정"이라며 "축구를 사랑한다면 2번째 옐로 카드로 경기를 망치는 일 따위는 없었을 것"이라고 심판 판정을 문제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