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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줌人] 쿠니무라 준→츠루미 신고, 日배우의 韓스크린 성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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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봄기운이 완연한 5월, 충무로에 '곡성'(나홍진 감독, 사이드미러·폭스 인터내셔널 프러덕션 제작)이라는 치명적인 미끼를 던져 무려 687만명의 관객을 현혹한 일본의 명배우 쿠니무라 준. 그에 이어 풍성한 한가위인 9월 스크린에도 또 다른 일본의 명품배우가 한 방을 날릴 전망이다. 바로 '밀정'(김지운 감독, 영화사 그림·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작)으로 두 번째 한국영화에 도전한 츠루미 신고가 그 주인공이다.

사실 일본의 유명 배우들이 한국영화에 출연하는 풍경은 낯설지 않다. 앞서 오다기리 죠는 '미스터 고'(13, 김용화 감독) '마이웨이'(11, 강제규 감독) '풍산개'(11, 전재홍 감독) '비몽'(08, 김기덕 감독) 등 무려 4작품에 참여하며 최다 출연했고 이 밖에도 이와세 료는 '최악의 하루'(16, 김종관 감독) '한여름의 판타지아'(14, 장건재 감독), 우에노 주리는 '뷰티 인사이드'(15, 백종열 감독), 이세야 유스케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14, 김상만 감독), 카세 료는 '자유의 언덕'(14, 홍상수 감독), 츠마부키 사토시는 '보트'(09, 김영남 감독), 쿠사나기 츠요시는 '천하장사 마돈나'(06, 이해영·이해준 감독) 등 일본의 명배우들을 한국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올해에는 어떤 해보다 일본배우의 활약이 돋보였던바.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쿠니무라 준은 '곡성'에서 외지인으로 등장, 괴력의 열연으로 국내는 물론 칸국제영화제까지 입성해 전 세계 씨네필을 현혹했다. 각종 패러디를 낳을 정도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그는 MBC '무한도전'의 대형 프로젝트인 '2016 무한상사'에 출연, 국내에서의 영향력을 과시했다. 쿠니무라 준 외에도 타카기 리나는 '아가씨'(박찬욱 감독)를 통해, 토다 나호·류 다이스케는 '덕혜옹주'(허진호 감독)를 통해 얼굴을 비쳤다. 그리고 츠루미 신고가 '밀정'을 통해 일본배우의 방점을 찍는다. 상반기 쿠니무라 준과 견줄 만큼 상당한 존재감과 아우라를 뿜어낸 츠루미 신고는 송강호와 함께 '밀정'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1964년생, 올해 만으로 52세인 츠루미 신고는 싱고는 1977년 TV드라마 '죽순이 무럭무럭'으로 데뷔, 이후 '3학년 B반 킨파치 선생님' '하늘의 성을 넘어' '풀을 태우다' '스트로베리 나이트' '리갈하이' '히어로' 등 명작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일본내에서 인지도를 높였고 영화로는 '날았다 커플'(80, 소마이 신지 감독)을 시작으로 '사랑스런 엘리'(87, 사토 마사미치 감독) '상어 피부를 가진 남자와 복숭아 엉덩이를 가진 여자'(98, 이시이 카츠히토 감독) '라센'(98, 이이다 죠지 감독) '데스 노트 - L: 새로운 시작'(08, 나카타 히데오 감독) 등 화제작에 잇달아 출연하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일본의 대배우'라 불릴 정도로 국민적 사랑을 받는 츠루미 신고. 이렇듯 매 작품 등장만으로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과시하는 것은 물론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변신을 선보인 그는 2011년 '마이웨이'(강제규 감독)에서 타카쿠라 역으로 충무로에 출사표를 던진 이후 '밀정'으로 두 번째 문을 두드렸다.

'밀정'에서 조선총독부 경무국 부장 히가시를 연기한 츠루미 신고는 일본 경찰 조직의 넘버 2로 실세 중의 실세로 등장한다. 의열단을 소탕하기 위해 이정출(송강호)에게 적의 밀정이 되라는 지시를 내리는 악의 축이다. 친일과 반일 사이에서 정체성을 혼란스러워하는 이정출에게 '신임'이라는 미끼 던져 정서적으로 교란하고 현혹하는 히가시다. 여기에 의열단을 잔혹하게 고문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 악역 히가시를 츠루미 신고만의 색깔로 표현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송강호와 숨 막히는 감정 밀당은 '밀정'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 '밀정'의 의열단에겐 처단해야 할 '최종 보스' 격인 그는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신공을 펼친다.

'곡성'에서 사건의 중심으로 활약했던 쿠니무라 준에 비해 작은 역할이지만 쿠니무라 준 못지않은 존재감을 과시한 츠루미 신고. 오는 7월 국내 극장가를 씹어 삼킬 또 하나의 레전드가 탄생했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영화 '곡성' '밀정'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