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야구 국가대항전 2015년 프리미어 12에 앞서 김인식 한국 대표팀 감독에게 선수 구성에 대해 물었을 때 "오른손 투수가 부족하다"는 대답을 들었다.
현재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투수들을 보면 김광현(SK) 양현종(KIA) 차우찬(삼성) 장원준(두산) 등 왼손 선발 투수는 풍부한데, 우완 투수의 인재난은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 가운데 올 시즌 눈에 뛰는 우완 투수가 한명 등장했다. SK 서진용(24)이다.
작년 7월에 오른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올해 7월에 1군에 합류한 서진용은 중간투수로서 5일 현재 18경기에 등판해 승패없이 2홀드, 평균자책점 2.75를 기록하고 있다.
서진용의 매력은 140㎞ 후반에서 150㎞에 육박하는 직구와 포크볼이다. 바깥쪽 낮은 코스에 들어가는 직구 제구력은 한국 투수중에 최고 수준으로 보인다. 또 포크볼은 커브 처럼 카운트를 잡을 때 던지는 것과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는 각이 좋게 떨어지는 구질이 있다. 이른바 정통파 우완 투수 유형이다.
서진용은 투구뿐만 아니라 견제구도 괜찮다. 또 주자가 스타트할 가능성이 있을 때의 퀵모션은 1.16초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투수라고 말할 수 있다.
서진용의 투구 내용에 대해 삼성 최형우 등 직접 대결한 경험이 있는 타자 몇명에게 물어봤는데, 대부분의 타자가 좋은 투수라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대결 횟수가 적어 자세한 기억은 많지 않다"고 했다. 사실 서진용의 투수구는 1경기당 30개 이하이고, 상대한 타자도 2~3번 정도다.
현역시절에 서진용처럼 빠른 직구와 포크볼을 주무기로 사용했던 카도쿠라 켄 전 삼성 투수 코치에게 서진용의 피칭 영상을 보여주었는데, 이런 평가를 내렸다. "팔꿈치를 수술했던 투수가 가지는 불안감 없이 포크볼을 던지고 있다. 릴리스 포인트의 위치가 높고 던지는 자세도 좋다."
그를 일본인 투수와 비교했을 때 누가 잘 어울릴까. 필자는 볼의 회전과 제구력, 포크볼을 구사하는 점을 보고 '미래의 우에하라 고지(보스턴)'라는 느낌이 들었다. 우에하라는 일본을 대표하는 우완 투수로 활약한 후 2009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41세가 된 올해도 메이저리그 8시즌을 불펜 투수로 뛰고 있다. 서진용과 우에하라를 비교한 필자의 생각을 들은 카도쿠라 전 코치는 "그렇게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서진용이 우에하라 같은 투수에 되기에는 물론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 다른 한국 투수들과 마찬가지로 타자의 몸쪽 코스를 별로 사용하지 않은 점과 구종이 다양하지 않은 것도 있다. 하지만 내년 3월에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선수 후보로 충분히 꼽을만 하다.
남은 시즌의 순위경쟁이나 포스트시즌 같은 긴장감이 있는 상황에서도 서진용이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대표 선수를 향한 기대감이 커질 것이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